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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오락가락’ 사립유치원에 뿔난 엄마들의 집회 “우리도 떼쓰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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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8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비영리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주최한 정부-한유총 졸속합의 우려 기자회견이 열렸다.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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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볕이 뜨거운 18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 10여 명의 여성들이 모였다. 11시 정각이 되자 여성들은 '대통령님, 우리도 떼쓰면 되는 겁니까?'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쳤다. 17일 정부의 국공립 유치원 확대 정책 중단을 요구하며 집단휴업을 벌이려다 철회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에 반발해 모인 '엄마들의 기자회견'이었다. 엄마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광장을 서성였다.

비영리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정부-한유총 졸속합의 우려 기자회견'에서 "사립유치원들의 집단휴업 번복·재번복 사태를 보며 '과연 우리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들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건 단지 원장들만의 잘못이 아닌 유아교육과 보육이라는 국가의 역할을 민간 즉 시장에 떠넘긴 국가 정책의 실패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 국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이용 아동 수 기준 40%까지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지난 8일 사립 유치원 3500여 곳을 회원으로 둔 한유총은 사립유치원 누리과정 지원금 인상과 국공립 유치원 확대 중단, 설립자 재산권을 존중하는 재무·회계규칙 개정 등을 요구하며 18일과 25~29일 두 차례 집단 휴업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후 '휴업 강행(14일)→철회(15일)→강행(16일)→철회(17일)' 등 입장을 여러 차례 번복했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언론을 통해 교육부가 국공립 확대 목표 축소 등 한유총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엄마들은 좌절했다. 그런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엄마들과 평교사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문재인 정부는 '국공립 시설 확대·사립 공공성 강화'와 동시에 유아교육·보육 정책 결정에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육아 때문에 기자회견 현장에 나오지 못한 엄마들의 스마트폰 원격 발언도 이어졌다. 다섯 살·세 살 남매의 엄마인 이고은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는 "집에서 독박육아 중이라 기자회견에 나오지 못했다. 그동안 억울해도 '다들 이렇게 키웠으니까' 말 한 마디 못했는데 할 말은 해야겠다"며 "진정으로 유아교육의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이기심으로 피해는 우리 아이와 엄마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고 규탄했다.

9개월 된 아이를 아기띠로 안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수원(32)씨도 "이번 사태를 보면서 아이들 교육도 결국 '돈벌이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씁쓸했다. 아이가 좀 크면 나도 취업 준비를 해야 할텐데 벌써부터 불안하다. 사회안전망으로써 국공립 유치원이 제도적으로 더욱 확대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난 6월 육아 등으로 사회에 목소리 내기 어려웠던 엄마들의 정치 참여를 위해 발족한 비영리단체다. 장하나 전 국회의원과 기자 출신인 이고은씨, 회사원에서 전업주부가 된 조성실씨가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공식 회원수는 현재 90명 정도로 모두 육아 중인 '엄마'들이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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