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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재부상하는 ‘경찰대 폐지론’ …합리적 해결책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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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검찰 개혁의 한 축인 검경 수사권 조정과 함께 경찰의 수사시스템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 3월 16일 충남 아산 경찰대대강당에서 경찰대학생·간부후보생의 합동임용식이 열렸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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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직 내에서 경찰대 폐지론이 화제다. 지난 9일 충북경찰청 소속의 한 경찰관이 경찰대 폐지를 요구하는 글을 내부망에 올린 게 발단이 됐다. '경찰대학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해당 글은 “경찰대 출신의 경우 졸업과 동시에 아무런 인증절차 없이 경위로 입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수십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호응도 뜨겁다.

◆내부망에 연달라 올라오는 경찰대 폐지 게시글
경찰대 폐지를 주장하는 글은 사흘 뒤인 13일에도 올라왔다. 인천경찰청에서 근무하는 경찰 A씨는 ‘시대적 패러다임은 항상 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게시글을 통해 “과거 경찰대를 신설할 당시에는 학력 수준이 낮았지만 오늘날의 환경은 바뀌었다. 아직도 구태의연하게 ‘경찰대 출신은 무언가 다른 엘리트다’는 생각을 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SKY(서울·고려·연세대) 출신도 순경공채 시험에 등장하는 세상인데 경찰대 출신이 비경찰대 출신보다 우수한 인재라고 얘기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현 경찰대 제도를 폐지하고 부설(재교육)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썼다.

전날인 12일에는 경찰대 폐지를 두고 경찰청이 실시한 설문을 문제 삼는 글이 내부망에 올라왔다. 경찰개혁 과정의 의견 수렴을 위해 자체 실시한 설문조사가 경찰대 존치를 유지하는 쪽으로 설계됐다는 취지다. 글을 쓴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 B씨는 “정확한 여론 수렴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도가 뻔히 보인다”는 등의 댓글도 70개 이상이 달렸다.

◆숨죽인 채 눈치 보는 '폐지 반대론'
반면, 오프라인에서는 일부 경찰관들을 중심으로 섣부른 경찰대 폐지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외풍으로부터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엘리트 경찰 집단이 필요하다는 게 폐지 반대론의 주된 근거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상대적으로 조직 내에서 외면 받는 상황이다. 그동안 경찰 수뇌부에서 경찰대 출신이 큰 비중을 차지했음에도 구성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경찰청의 한 간부급 경찰관은 “전임 강신명 청장 때 경찰대에 대한 원성이 특히 높아졌다. 과거에도 폐지론 이야기가 안나왔던 건 아니지만 지금은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경찰대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도 함부로 말을 꺼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대 출신의 한 경감급 경찰은 “내부망에 올라온 글을 보고 경찰대 옹호하는 댓글을 잘못 달았다가는 집단 공격을 받는다. 공개적으로 얘기를 꺼내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순경 출신의 한 경위도 “나는 경찰대를 무작정 폐지하는 것보다는 과도한 특혜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안을 찾는 게 옳다고 생각하지만 동료들과 모인 자리에서는 가급적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대 출신의 한 총경급 간부는 “차라리 없애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우수한 입학생들이 큰 기대를 안고 들어오지만 분위기 탓에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게 못마땅해서란다. 그는 “지금 막 경찰대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찰대 폐지가 아직 경찰청에서 공식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시절인 지난 2월 노량진 고시촌을 방문해 경찰대를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지만 100대 국정과제에는 경찰대 폐지가 포함되지 않았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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