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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보신위해 한 평생 '금속 재킷'에 갇힌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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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리는 야생동물들] <2> 배터리 베어로 사육된 '재스퍼'와 '곰 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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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중국의 한 곰 농장에서 구조된 재스퍼가 해먹 위에서 편히 쉬고 있는 모습. 15년간 쓸개즙을 채취하는 데 동원된 재스퍼는 2016년 간에 생긴 악성종양으로 숨졌다.(사진 애니멀스 아시아 파운데이션(Animals Asia Foundation)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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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지난 2001년 중국의 한 곰 농장에서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구조됐다. 이름은 재스퍼. 재스퍼는 아시아동물재단에 의해 그곳에서 탈출하기 전까지 무려 15년을 크러시케이지(우리) 안에서 '금속 재킷'에 눌린 채 살아야만 했다. 좁은 우리 갇혀 걷기는커녕 일어나거나 돌아눕지도 못했다. 금속 재킷을 입은 이유는 인간이 원하는 쓸개즙을 뽑아내기 위해서다. 그런 끔찍한 일을 당했던 재스퍼는 중국 칭다오에 있는 아시아동물재단 보호소로 온 뒤 사람들이나 곰이나 누구든 친구로 여기다 2016년 5월 간에 생긴 악성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2012년 1월 중국 북서부의 한 농가. 산채로 쓸개즙을 채취당하는 고통에 새끼 곰은 절규하며 몸부림쳤고, 이를 본 어미 곰은 죽을 힘을 다해 갇혀 있던 케이지(우리)를 부쉈다. 하지만 어미 곰은 고통에 신음하는 새끼 곰의 쇠사슬을 풀 수는 없었다. 결국 어미 곰은 자신의 사랑하는 새끼를 꼭 껴안아 질식시켜 죽였고, 자신도 벽에 머리를 들이받아 자살했다. 인간을 위한 쓸개즙이 만든 곰 모녀(母女)의 비참한 최후다.

미키마우스를 닮은 귀여운 얼굴, 가슴엔 흰 초승달을 품고 있는 반달가슴곰.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산딸기, 머루, 도토리를 좋아하고 온종일 산을 누비며 높은 나무에 오른다.

반달가슴곰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 목록에 오른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야생에 남아 있는 반달가슴곰은 2만5000여 마리뿐. 우리나라는 지난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이처럼 귀한 동물이 아시아 곳곳에서 몸 크기만 한 작은 케이지에 갇혀 '사육 곰'으로 살아가고 있다. 인간들의 잘못된 보신(補身)문화 때문에 구멍이 뚫린 배에서 하루에 두 번씩 강제로 쓸개즙을 배출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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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시케이지'와 '금속 재킷'.(사진 애니멀스 아시아 파운데이션(Animals Asia Foundation) 제공)©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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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생적인 사육환경과 지속된 상처 때문에 곰들은 평생 복막염과 악성종양 등 고통에 시달린다. 또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도 받는다. 이로 인해 쉼 없이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대는 정형행동을 보이거나, 자신의 손과 발을 뜯어먹는 자해행동, 쇠창살을 씹어 이빨이 없어지거나 얼굴을 문질러 털이 다 빠지는 이상행동도 한다.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사육방법을 수년간 경험한 곰들은 쓸개즙을 채취하기 위해 사람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스스로 배를 우리 쇠창살에 갖다 댄다. 쓸개즙 채취 때문에 사육되는 곰들을 '배터리 베어'라고도 부른다. 건전지에서 전기 뽑듯 쓸개즙을 빼내기 때문이다.

곰 담낭에서 쓸개즙을 직접 채취하는 기술은 1980년대 초반 북한에서 처음 개발돼 중국 등 아시아 각국으로 퍼져나갔다. 쓸개(웅담)를 채취하려면 곰을 도축해야 하지만 쓸개즙은 곰이 살아있는 동안 계속 뽑아낼 수 있다.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중국, 한국 등에서 웅담이나 쓸개즙 채취를 위해 사육되는 곰은 2만여 마리 정도로 추산된다. 쓸개즙을 채취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곰을 사육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뿐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60여 개 농가에서 1000마리에 가까운 곰이 길러지고 있다. 과거 한국 정부는 농가 수익을 위해 곰 사육을 장려했다. 1981년부터 해외에서 곰을 들여와 웅담만 뽑아 재수출하는 가공무역을 했다. 1985년 곰 수입은 중단됐지만 이미 들여온 사육 곰들이 증식해 2005년에는 1454마리까지 불어났다.

2014년부터 정부는 사육 곰 증식을 막기 위한 중성화수술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3월까지 사육 곰 967마리를 중성화했다. 사육농가에서 선택한 92마리는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고 전시관람용 곰으로 남았다.

현행법상 10년 이상 된 곰은 도축이 가능하다. 2015년 마지막으로 태어난 곰이 10세가 되는 2024년이 되면 이 땅에서 사육 곰이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중성화수술을 받지 않은 전시관람용 곰의 개체 관리가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전시관람용 곰들 사이에서 새끼 14마리가 태어났다. 전시관람용 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육 곰의 종식은 불가능하다.

중국은 정부의 허가를 받은 68곳을 비롯해 100여 개의 사육 곰 농장이 있다. 전체 농장에는 1만 마리가 넘는 반달가슴곰이 산 채로 쓸개즙을 채취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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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 쓸개즙을 빼내도록 고안된 금속 재킷.(사진 애니멀스 아시아 파운데이션(Animals Asia Foundation) 제공)©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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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2006년 곰의 쓸개즙을 얻기 위한 곰 사육을 법으로 금지했지만, 애완용 곰을 가장해 불법으로 관광객에게 쓸개즙을 파는 농장이 1200곳에 이른다.

라오스 역시 곰을 사냥하거나 소유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단속은 이뤄지지 않는다. 2014년 국제동식물계(Fauna and Flora International)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라오스에는 현재 11개의 곰 농장이 운영되고, 사육되는 곰의 숫자가 2008년 40마리에서 2012년 122마리로 늘어났다.

이처럼 아시아 여러 곳에서는 여전히 쓸개즙 때문에 인간들에게 착취당하는 곰들이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다.

곰의 쓸개즙은 '우르소데옥시콜린(UDCA)'이라는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이 물질은 간장보호 기능이 있어 예전부터 동양의학에서 약재로 쓰였다. 그러나 이 물질은 이제 화학적으로도 합성이 가능해졌다. 전문가들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추출된 곰 쓸개즙을 복용했을 때 세균과 기생충 감염 위험이 있고, 곰에게 항생제가 과다하게 투여되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슈퍼박테리아'에도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런데 중국, 베트남, 라오스의 곰 농장에서 쓸개즙을 구입하는 관광객의 대부분이 한국인들이다.

중국에서 사육 곰 구조 활동을 하고 있는 국제동물보호단체 '애니멀스 아시아 파운데이션'에 따르면 중국 옌볜(연변) 지역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 중 30%가 곰 농장을 방문한다.

또 2014년에는 베트남 하롱베이에서 곰 농장을 운영하며 한국인 관광객 앞에서 쓸개즙을 직접 뽑아 판매한 한국인 농장주가 현지에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비뚤어진 한국의 보신문화가 다른 나라에 사는 곰들에게까지 고통스러운 삶을 강요하고 있다.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학대받다 죽은 곰들이 다음 생엔 적어도 한 번은 쇠창살 안이 아닌 원래 서식지에서 태어나 나무 열매도 따먹고, 겨울에는 굴로 들어가 긴 겨울잠도 자고, 개울에서 멱도 감고 새끼도 낳아 기르는 '곰다운' 삶을 살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동물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는 생명임을 인식하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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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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