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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기고]추석 선물은 ‘신토불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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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신라 제3대 유리왕 때 추석에 대한 기록이 <삼국사기>에 남아있다고 한다. 추석은 수확의 기쁨과 풍년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주위 이웃과 함께 음식을 나누는 2000년이 넘는 우리 전통문화이다. 시대가 변했지만, 여전히 추석에는 이웃 친지와 음식을 나누고 우리 농축산물을 선물로 주고받는 미풍양속이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런 연유로 우리 농축산물 소비의 많은 부분이 추석에 이루어지고 있어, 농업인들도 추석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러나 요즘 우리 농업인들은 추석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최근 시장 개방과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우리 농축산물로 하던 선물이 오렌지, 체리와 같은 수입과일로 점차 바뀌고 있다. 바나나를 차례상에 올리는 등 차례 문화도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지난해 9월 시행된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우리 농축산물 선물 수요는 더욱 감소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주요 대형마트, 백화점의 지난 설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은 전년에 비해 25.8%나 감소하였다. 또한 가액기준인 5만원으로는 한우 갈비 등 일부 농축산물은 선물세트를 구성하지 못하다 보니, 가격 경쟁력이 높은 수입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량이 늘어난다고 한다.

특히 올 한해 가뭄과 때늦은 폭우로 인해 농업인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노심초사하며 어렵게 농사를 지은 농업인들이 수확의 기쁨을 누리기보다 판매를 걱정한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설과 같이 농축산물 선물 수요가 줄어든다면, 농업인들의 피해는 한층 더 심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농업인단체와 공동으로 다양한 소비촉진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청탁금지법 가액기준에 맞는 농축산물에 ‘착한선물’ 스티커를 붙여서 직무 관련자도 사교·의례의 목적인 경우에는 안심하고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국민들께서는 이웃·친지 간에 선물을 주고받거나, 직무 관련성이 없는 공직자에게 선물을 해도 청탁금지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5만원 이하의 다양한 소포장 상품을 개발하고, 전국 2100여개의 농협 하나로마트 등에서는 선물세트를 할인판매한다.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직거래 장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광화문광장에서 전국의 우수 농축산물을 한자리에 모은 ‘추석맞이 직거래 장터’가 열린다. 여성·청년 농부를 비롯한 전국 각 지역의 농업인이 땀과 노력으로 키운 농축산물들을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판매할 계획이다. 많은 소비자께서 직거래 장터에 오셔서 농업인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시고, 양손에는 이웃·친지에게 선물할 우리 농축산물을 한가득 안고 돌아가시길 바란다.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청탁금지법의 취지는 존중한다. 하지만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약자인 농업인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액기준을 현실화하고, 전체 수수한도를 낮추는 등 제도 개선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 추석, 우리 땅에서 우리 농업인들이 정성으로 키워낸 농축산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우리 농업과 농촌에도 웃음이 넘쳐나길 기대한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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