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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박근혜·친박 탈당한다고 한국당 혁신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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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서도 탈당을 권유했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2016년 4월 총선 공천 실패로부터 2017년 5월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당연한 조치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나 최소한 올 초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 후엔 스스로 당적을 정리했어야 했다. 공적 시스템을 내팽개치고 민간인 최순실에게 놀아난 행위 자체만으로도 사유는 충분하다. 박 전 대통령 주변에서 호가호위했던 친박세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공론화도 없이 이뤄진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탈당 권유에 가타부타 말없이 침묵을 지켰다고 한다. 이들의 반발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보수세력을 궤멸의 위기로 몰아넣은 정치적 책임을 지기는커녕 여전히 촛불민심과 맞서는 꼴이다. 홍준표 대표는 “10월17일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을 전후해 본격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혁신위의 권고안에 대한 당내 논의를 10월 중순 이후로 미룬 것이다. 그때 가서 친박계의 저항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결국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쑥 탈당 권유만 발표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변함없는 한국당의 수구적인 행태가 반드시 소수의 친박세력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당의 체질이 그렇게 굳어진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친박계 청산은 보수의 미래를 논할 수 있는 출발선에 서는 것에 불과하다. 홍 대표와 류 위원장이 전에 말한 대로 시체에 칼질하는 게 혁신일 순 없다. 설사 몇 사람 쫓아내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그걸 두고 혁신이니, 보수통합의 명분이 생겼느니 운운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갤럽이 최근 발표한 한국당 지지도는 12%로 더불어민주당(50%)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는 한국당이 친박세력의 후신이자 ‘도로친박당’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웅변해준다. 한국당은 낡은 이념과 노선에 대한 처절한 자성과 쇄신을 통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때만이 잃어버린 지지와 신뢰 회복도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당은 기사회생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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