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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8 (토)

[단독]"서희 같은 인재 키워야 한·중 관계 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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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1세대 교수가 들려주는 중국의 모든 것

우진훈 베이징외대 교수, 12일 목포서 '토크콘서트'

한중수교 25년 맞아 중국의 사회·문화·정치 등 총망라

"서희 처럼 대 중국 주도할 전략가들 키워내야" 강조

우 교수, 한중수교 전 중국 건너가 26년간 경제학 연구

"한국 청소년들, 틀 벗어나 전 세계로 눈 돌려야" 주문

학생들, 중국어로 질문하며 양국관계·전망에 큰 관심

중앙일보

우진훈 중국 베이징외국어대 교수가 12일 전남 목포에서 열린 ‘차이나 우박 토크 콘서트’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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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시차 면에서 중국보다 1시간 빠릅니다. 과학기술과 경제력 역시 한국이 중국보다 단 1시간이라도 빨리 나아가지 못한다면 중국과의 관계에서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12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MBC 사옥. ‘차이나(china) 우박 토크 콘서트’에 출연한 우진훈(54) 중국 베이징외국어대 교수의 말을 듣던 학생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우 교수는 “한국과 중국의 기술과 경제적인 수준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우리가 중국보다 항상 한 걸음 앞서가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경제적으로 종속 관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열린 이날 토크콘서트에는 장만채 전남도교육감과 목포·완도·해남 지역 고교생 200여 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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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훈 중국 베이징외국어대 교수가 12일 전남 목포에서 열린 ‘차이나 우박 토크 콘서트’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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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박사인 우 교수는 학계에서 '한중수교 1세대 교수'로 통한다. 1992년 한중수교가 성사되기 1년 전인 1991년 중국으로 건너간 뒤 26년을 현지에서 살고 있다. 자신을 ‘한중수교의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할 정도로 중국의 문화와 경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깊다.

그는 전남 지역 청소년을 상대로 한 3차례의 토크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1일 한국을 방문했다. 중국 대중문화평론가인 박신희(49) 작가와 함께 지난 11일 나주를 시작으로 목포(12일)·순천(13일)을 돌며 중국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소개하는 이벤트다.

전남도교육청은 학생들에게 중국과 세계를 보는 안목을 키워주기 위해 중국의 문화·경제 문제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우 교수를 초빙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배치 이후 경색된 한중 관계의 현주소와 해법을 청소년들에게 제시하겠다는 복안도 깔렸다.

‘중국 문화이해 차이나 우박 토크 콘서트’라는 테마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중국의 문화·정치·역사·사회·지리 등이 총망라됐다. ‘우박 토크 콘서트’는 지난해부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토크 콘서트를 기획해온 우 교수와 박 작가의 성에서 따왔다. 이번 콘서트에는 20여 년을 한국에서 생활해온 한족인 웨이췬(魏群·35) 한국외대 교수도 참여해 중국인 고유의 의식과 전통 문화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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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훈 중국베이징외국어대 교수가 12일 전남 목포에서 열린 ‘차이나 우박 토크 콘서트’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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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교수는 “올해로 수교 25년을 맞은 한중 관계는 탐색전 양상의 제1라운드가 막을 내리고 있다”며 “이제는 본격적인 경쟁의 시대인 제2라운드를 앞둔 상황에서 과거 서희나 장보고·최치원같이 대 중국 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인재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 교수는 “중국의 리더들은 투명성과 역량을 높이기 위해 30여 년이 넘도록 키워진다”며 “우리 역시 중국 내 ‘중국 대학원대학’ 설립 등을 통해 향후 대 중국 관계를 주도할 핵심 전략가나 로비스트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콘서트에 참여한 학생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학생들은 그동안 익혀온 중국어로 질문을 하거나 자신들이 평소 염두에 뒀던 전공 분야에 대한 중국 쪽 상황에 대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우 교수의 주제 발표에 이어 학생들이 제출한 질문지에 대한 명쾌한 답변들을 통해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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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전남 목포에서 열린 ‘차이나 우박 토크 콘서트’에서 중국 대중문화평론가인 박신희 작가와 우진훈 중국 베이징외대 교수, 웨이췬 한국외대 교수(왼쪽부터)가 토론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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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중국의 면적·인구 ^중국의 경제규모와 국내총생산(GDP) ^버라이어티 한 중국문화 ^중국 리더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같은 발표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한국의 수능과 중국의 가오카오(高考·중국 대학입시) 비교 ^가오카오의 마지막날 등을 소개한 영상물을 보면서는 "아" 하는 탄식을 쏟아내며 양국 학생들이 대학 입시에서 느끼는 공감대를 표현하기도 했다.

전남 완도고 2학년인 서다원(17)양은 “평소 관심이 많았지만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중국 생명과학 분야의 현주소나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각도로 들을 수 있어서 유익했다”며 “딱딱한 수업 위주의 강좌가 아닌 토크 콘서트 등을 활용한 산교육의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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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전남 목포에서 열린 ‘차이나 우박 토크 콘서트’에 참여한 우진훈 중국베이징외대 교수와 중국 대중문화평론가인 박신희 작가, 웨이췬 한국외대 교수(왼쪽부터).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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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교수는 자신이 중국으로 건너가게된 과정을 설명하며 학생들이 전 세계를 향해 눈을 돌릴 것을 주문했다. 그는 “1991년 중국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문화에 매료된 것이 평생 연구 과제가 됐다”며 “당시 1개월 동안 베이징과 텐진·심양 등을 돌아다니며 ‘중국 전문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이 운명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곳곳에 전기가 잘 들어오지 않은 시절부터 중국에서 이뤄진 개혁·개방의 70~80%를 지켜본 것은 무엇과도 바꿀 없는 경험”이라며 “젊은 시절 중국의 경제와 문화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를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미래 세대들에게 값진 경험을 소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젊은 세대들이 막연히 사회의 틀에 얽매인 일을 하기 보단 끊임없는 자문과 고민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찾는 ‘사고의 독립’을 이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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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전남 목포에서 열린 ‘차이나 우박 토크 콘서트’에서 중국 대중문화평론가 박신희 작가와 우진훈 중국베이징외대교수, 웨이췬 한국외대 교수(왼쪽부터)가 토론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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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채 전남도교육감은 “미래 한·중 관계의 주역이 될 학생들에게 세계를 보는 안목과 외교적인 대처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며 “중국 바로 알기에 대한 학생들의 호응이 큰 만큼 지속적으로 행사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목포=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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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훈 중국 베이징외국어대 교수가 12일 전남 목포에서 열린 ‘차이나 우박 토크 콘서트’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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