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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건강+] 면생리대 구입후 처음 사용전 세탁해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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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파문’ 이후 관심 급증

다섯 달 전 유산의 아픔을 겪은 우모(29)씨는 현재 ‘오가닉 라이프’를 살고 있다. 화학물질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유기농 식품을 먹고, 유기농 제품을 사용한다. 생리대도 마찬가지다.

“건강에 도움이 될까 싶어 생리대도 일회용에서 면으로 만든 제품으로 바꿨다”며 “사용이 번거롭긴 하지만 생각보다 흡수력과 착용감이 우수하고 훨씬 위생적이다. 무엇보다 생리통이 덜한 느낌이 들어 계속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리대 파동’으로 대한민국 여성들은 수주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검출된 VOC(휘발성유기화합물)들이 미량이고 건강에 미치는 위험도가 낮거나 검증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검출량은 여성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몸에 직접 닿는 물건이며, 사용하지 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에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 자체가 공포다. 이에 우씨처럼 천으로 만든 생리대 제품을 찾거나 아예 스스로 만들어 쓰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세계일보

‘한살림’의 면생리대를 제조하는 서울 도봉구 ‘목화송이협동조합’의 작업장 모습. 생리대 파동 후 면생리대 수요가 급증하면서 작업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자 한살림은 하루 100개만 생산하기로 했다. 한살림 제공


◆“일회용 못 믿어”… 면생리대 수요 급증

“계속되는 과중한 작업량으로 인해 생산지 작업자들의 피로도가 심해져 일공급량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이미 들어온 주문에 대해서는 결품없이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지난 8일 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의 인터넷 장보기 홈페이지에 올라온 면생리대 관련 안내다. 최근 화학 성분 없는 면생리대를 찾는 여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주문이 늘면서 생산지인 서울 도봉구의 ‘목화송이협동조합’ 작업자들은 밤낮 없이 재봉틀을 돌리고 있다.

2011년부터 판매된 한살림 면생리대는 무형광·무표백 순면 원단에 무형광 실을 사용해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한살림 관계자는 “저도 지난주 한살림 면생리대를 구입하기 위해 서울의 매장 네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단 한 곳에서도 구하지 못했다”며 “매장공급은 중단됐으며 인터넷으로만 소량 주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12년째 면생리대를 생산하고 있는 ‘한나패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겉면은 물론 속면까지 모두 국제 인증을 받은 유기농 원단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한나패드는 최근 주문자가 늘면서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9월 현재 주문하면 12월에나 받아볼 수 있다. 면생리대와 요실금패드 등 제품을 판매하는 ‘로한’과 ‘이채’도 비슷한 상황이다. 최소 한 달은 기다려야 할 만큼 주문이 밀려 있다.

‘믿을 생리대가 없다’며 아예 직접 천을 사서 만드는 데 도전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대안 생리대 운동을 펼쳤던 시민단체 ‘피자매연대’는 2012년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면생리대 제작법을 담은 홈페이지를 열어뒀는데, 이번 파동에 방문자가 몰리면서 한동안 홈페이지 접속이 어려웠다.

인터넷 여성 커뮤니티에는 “집에 남는 천이 있어 직접 만들어 봤다”, “인터넷에서 도안을 다운받아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 등 면생리대 제작 후기도 다수 올라오고 있다.

◆착용감, 흡수력 등 장점 많지만 관리에 신경 써야

면생리대는 정말 좋을까. 면생리대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피부질환이 감소하고, 통풍이 잘 돼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으며, 경제적으로 이롭고, 환경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용자들의 후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장점도 이와 비슷하다. 면이기 때문에 속옷만 입었을 때처럼 촉감이 부드럽다. 다만 여러 겹 겹쳐 만들다 보니 “두꺼운 속옷을 입은 것 같고, 겉으로 티가 날 것 같다”는 의견이 많다. 흡수력이 좋아 축축한 느낌이 덜하며, 일회용만큼 자주 갈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도 있다. 개인차는 있지만 “생리통이 확실히 줄었다”는 증언들도 적지 않다.

물론 단점도 있다. 외출 시 교체한 패드를 접어 갖고 다녀야 한다. 세탁도 번거롭다. 찬물에 오랜 시간 담궈 둬야 하며 친환경세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접착테이프가 없어 잘 고정되지 않는다는 불만도 있다. 그럼에도 사용자들은 “장점이 훨씬 많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면생리대는 정말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가. 이번 논란을 촉발시킨 실험에는 면생리대 한 종이 포함돼 있었는데 일회용 생리대와 마찬가지로 화학물질이 검출됐다. 다만 세탁 후에는 그 양이 현저히 줄었다. 따라서 면생리대를 구입하거나 직접 만들 계획이라면 사용하는 천이 형광증백제, 화학염색 등을 사용했는지 여부를 잘 따져야 한다. 또 제작 과정에서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한 사용을 위해서는 한번 세탁한 뒤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복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위생 관리도 중요하다.

배효숙 강남 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면생리대라도 관리를 잘 못해 오염된다면 일회용 생리대를 쓰는 것만 못할 수 있다”며 “구매 후 한번 세탁한 뒤 사용하고, 사용 중에는 세균이 번식하지 않도록 깨끗이 세탁한 뒤 잘 건조하는 등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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