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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세계인] ‘드리머 추방’ 앞장…세션스, 경질 1순위서 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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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스 美 법무장관 / 대선 공신 러 스캔들 수사로 찍혀… 트럼프 “임명 후회” 공공연히 말해 / “DACA 정책, 미국인 일자리 침해” / ‘反이민’ 적극 대변… 입지 다잡아

세계일보

미국 정부의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제도’(DACA) 프로그램 폐지 결정으로 이민사회가 동요하고 있다. 다카 프로그램은 2012년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도입된 행정명령으로, 부모를 따라 미국에 입국한 불법체류 청년들에게 학업과 취업 기회를 제공해 왔다. 다카 프로그램 폐지 결정은 이들 청년에게는 청천병력 같은 소식이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의 가치를 저버린 결정이라는 비판도 곳곳에서 불거졌다.

트럼프 정부의 결정에 앞장선 이는 제프 세션스(사진) 법무장관이다. 세션스 장관은 “다카 프로그램은 위헌”이라며 “이 프로그램은 미국인의 일자리를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거친 말’을 예사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강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각의 반발을 의식한 듯 의회에 ‘공’을 떠넘기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불법체류 청년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표했다. 세션스 장관은 법무 담당 수장으로 당연한 일을 한 것이었지만, 그만큼 많은 논란을 불렀다. 이번 일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제기한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그동안 세션스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는 롤로코스터를 방불케 했다. 세션스 장관은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지지한 상원의원이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주류의 배척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션스 의원의 지지선언은 천군만마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 출범 이후 숱한 경쟁자들이 나선 법무장관에 세션스 의원을 임명한 것은 이런 인연이 배경이 됐다. 도움을 주고받은 두 사람의 운명은 ‘러시아 스캔들’로 꼬였다. 정부 출범 직후 세션스 의원은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의 중심인물로 거론됐다. 그는 지난 3월 자신을 수사보고 라인에서 스스로 배제했다. 본인은 야당인 민주당의 의혹 해명과 사퇴 압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됐다. 세션스 장관이 수사 지휘를 포기하자 전권을 쥐게 된 로드 로즌스타인 부장관이 백악관과 상의 없이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수사를 전격 결정했으며, 특검은 백악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기에 처하자 여름 내내 세션스 장관에 대한 불편한 발언을 지속해 왔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세션스 장관을 가리켜 “어떻게 직책을 맡아 놓고는 (수사에서) 빠질 수 있느냐”며 “이럴 줄 알았다면 ‘고맙지만, 당신을 임명하지는 않겠다’고 말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정황으로 세션스 장관은 지난 8월 초 백악관 비서실장과 대변인 교체 등으로 시작된 권력 개편 와중에 법무부 수장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장관 교체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위기에 빠졌던 세션스 장관이 자리를 보전한 것이다. 러시아 스캔들과 각종 정치적 혼란 양상으로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지지층을 다독여야 했고, 보수 성향의 세션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사항을 적극 수용하고 있는 셈이다. 세션스 장관은 미국에 정착하려는 꿈을 지닌 ‘드리머’(불법체류 청년)의 미래에는 재갈을 물렸지만, 이번 일로 한때 흔들렸던 입지를 다잡았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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