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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대북제재 일제히 발빼는 중·러, 어려워지는 국제사회 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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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중국 관영매체들 일제히 대북제재 신중론, 푸틴 러시아 대통령 원유공급 중단 부정적

베이징=CBS노컷뉴스 김중호 특파원

노컷뉴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난 9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北 핵실험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박종민기자/자료사진


북한의 6차 핵실험 강행으로 원유 공급 중단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대북 제재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일제히 발을 빼면서 국제 공조에 난항이 예상된다.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 기간 동안 북핵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던 중국 관영매체들은 6일 북한이 레드 라인을 사실상 넘었음에도 대북 압박에 신중해야 한다는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들 매체들은 “어떤 대북 제재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 수 없다”는 근거를 들어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이라는 기존 중국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사설에서 "대북 제재가 일정 정도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북한의 핵 보유 야심을 무너뜨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 압력을 완화하는 것을 완전히 거부하고 있는 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멈출 가능성은 없다"며 미국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환구시보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한 지난 3일에도 사설에서 “중국이 대북 전면 금수 등 극단적인 조치에 쉽게 동의하면 안된다”며 신중론을 당부한 바 있다.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 타임스는 역시 사설에서 "북핵 문제의 딜레마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고, 국제사회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없다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의 이같은 주장은 전날 브릭스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세운 논리와 판박이처럼 흡사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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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G20 정상회의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푸틴 대통령은 원유공급 중단 등 대북 제재를 '실효성이 없는 조치'로 일축하고 "북한이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 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국제법의 복원이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이해 당사국 사이의 대화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푸틴 대통령은 6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언론발표에서도 "한반도 사태는 제재와 압력만으로는 안된다"면서 "구체적인 구상은 러시아와 중국이 만든 북핵해법 로드맵에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기반으로 한 다자회담을 해결 방식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또 문 대통령이 북한을 멈출 수 있는 지도자는 푸틴과 시진핑 뿐이라며 원유공급 중단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하자 “대북 원유공급 중단이 북한의 민간에 피해를 입힐 것이 우려된다”며 우회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북한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중단에 나설 것인가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원유 공급의 전면 차단이 아닌 감량 공급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전면적인 원유 공급 중단에 나설 경우 북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중국 측의 우려와 함께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11일로 예정된 안보리의 대북 추가제재 표결을 앞두고 생색내기 차원의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국의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중단 불가피론에 동의하면서도 ‘일부 중단’ 또는 ‘상한선 설정’ 방식이 더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 등은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원유 금수를 포함해 이전보다 더 강력한 안보리 대북제재가 모색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일정 정도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왕성(王生) 지린(吉林)대 교수도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제재는 강화하더라도 원유 공급의 완전한 차단은 안 된다"며 일부 중단 쪽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스인홍(時殷弘)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중국의 최고위층 지도자가 송유관을 잠그는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북핵 개발 중단과 포기를 위해 중국이) 원유 파이프 밸브를 잠그는 것과 모든 무역을 중단하는 상황 등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완벽한 제재를 가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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