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트럼프 “불법체류 청년 모두 추방하라”‥1만 한인 직격탄(종합)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차예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불법 체류 신분인 청년들의 추방을 유예하는 프로그램인 ‘다카(DACA)’ 폐지를 선언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법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다카 프로그램은 위헌”이라며 6개월간의 유예기간 이후 프로그램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다카 폐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의회, 일할 준비 하라. 다카!”라는 글을 올리며 다카 폐지를 지시했다.

◇한인 청년 1만여 명도 쫓겨날 위기 처해..한인사회 ‘비상’

다카(DACA)는 어려서 부모를 따라 미국에 들어온 불법체류 신분의 청소년들을 구제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2012년 8월부터 시행됐다.

다카 프로그램으로 불법 체류 신분의 청년들이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할 수 있고, 대학을 다니거나 노동허가증도 받아 취업도 가능해졌다. 다카 프로그램이 폐지되면 이들 청년은 다시 불법체류 신분으로 돌아간다.

현재 다카 정책의 수혜를 받고 있는 미국 내 청년은 최대 8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멕시코,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페루 등 히스패닉계 중남미 국적자가 대부분이지만, 한인 대상자도 0.9% 수준이다. 다카 프로그램이 폐지되면 약 7000~1만명의 한인 청년이 미국에서 추방된다는 뜻이다.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젊은이들을 겨냥하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그들에게는 어떤 잘못도 없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의회는 도덕적 시급성을 갖고 다카 프로그램 수혜자들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회의 분위기도 우호적이지 않다. 현재 민주당은 당론으로 다카 프로그램 폐지에 반대하고 있고, 공화당 일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공화당 의원들도 반대 뜻을 내비치고 있다.

◇트럼프, 지지층 결집 노리나..“다카는 미국인 일자리 침해”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체류자들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주장을 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오바마 대통령의 다카 행정명령에 대해 “불법적인 사면”이라며 폐지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그는 취임 이후 “드리머는 어릴 때 미국에 와, 여기서 학교와 직장을 다녔다. 이들 중에는 아주 뛰어난 아이들도 있다. 관대함을 보여줄 것”이라며 유지로 돌아서는 듯했다.

그러나 ‘러시아 스캔들’ 의혹이 갈수록 확산하고 샬러츠빌 유혈사태에 대한 백인우월주의 두둔성 발언 탓에 국정지지율이 연일 뚝뚝 떨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이민’ 정책을 옹호하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폐지’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DACA 폐지 결정에 워싱턴DC 백악관 앞을 비롯해 뉴욕, 캘리포니아 등 미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인 뉴욕 맨해튼 5번가 트럼프타워 주변에서는 드리머를 포함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불법체류자이지만 두렵지 않다”(Undocumented and unafraid) 등 구호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했다.

◇실리콘밸리 집단 반발 “드리머에게는 죄가 없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의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일제히 다카 프로그램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다카 폐기가 젊은이들의 꿈을 짓밟는 잔인한 짓’이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다카 폐기 결정은 단지 잘못된 결정만이 아니다”며 “젊은이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제공하고, 그들이 어두운 그림자 생활에서 벗어나도록 독려하며, 정부를 신뢰하도록 하려는 노력을 잔인하게 짓밟고 끝내는 그들을 처벌하겠다는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팀 쿡 애플 CEO도 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애플은 의회 지도자들과 ‘꿈꾸는 사람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의회 논의 과정에서 이를 중단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현재 애플에는 다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 직원이 250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또한 “드리머는 우리의 이웃이며 친구이자 동료이며 미국은 그들의 고국”이라며 “의회는 다카 보호를 위해 지금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드리머는 우리의 나라와 공동체를 더 강하게 만든다”며 “우리는 모든 사람을 위한 다양성과 경제적 기회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IBM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IBM의 드리머들이 우리 회사와 미국의 경제에 긍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그들이 미국에 남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초당적인 의회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