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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못믿겠다면서… '유해 생리대' 자료 그대로 공개한 식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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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연대가 조사한 업체·제품도 밝혀… 소비자 혼란 가중]

식약처 "자료 5번 제출했지만 매번 데이터·제품공개 여부 달라

유해 물질 계속 조사할 방침"

- 유한킴벌리 봐주기 결과 논란

여성환경연대 측 조사 맡은 교수 "그쪽서 연구비 1원도 안 받았다"

여성환경연대가 '생리대 유해성' 논란을 제기한 지 6개월 만에 생리대 제품명을 포함한 유해성 조사 자료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4일 공개했다. 이 자료는 여성환경연대가 국내 5개 생리대 제조사가 만든 11개 제품에 대해 강원대 김만구 교수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를 이날 최종적으로 식약처에 제출한 것이다. 하지만 식약처의 조사 결과 공개가 "생리대 유해성에 대한 논란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환경연대가 이번에 제출한 조사 결과도 식약처 스스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제품명을 밝힌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약처 "유해성 판단은 이르다"

식약처가 독성 전문가와 역학조사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김만구 교수팀의 조사 결과를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발표했다. 식약처는 "4일 받은 김 교수팀의 분석 결과도 연구자 간 서로 객관적인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는 등 한계가 있다. 실험 결과 중에 일부 편차가 큰 데이터가 있다"는 등 이유로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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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제품명 등을 공개한 것에 대해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고, (생리대 유해성에 대한 정부 조사를) 투명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취지"라고 식약처는 밝혔다. 여성환경연대 조사 결과를 식약처가 대신 공개한 것에 대해선 "여성환경연대나 김 교수팀이 결과를 발표하는 게 맞지만, 여성환경연대가 공개 여부를 식약처에 위임해 대신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는 "식약처가 시민단체 조사 결과를 공개한 것까지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이왕 공개하려면 (유해성 판단은 이르다고 말할 게 아니라) '이 정보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을 더 충분히 강조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국내 유통 중인 모든 생리대 제품에 대한 VOCs(휘발성유기화합물) 10종 함유량 조사를 이달 말까지 마친 뒤, 나머지 유해물질에 대한 조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여성환경연대도 생리대 유해성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혼선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단체는 지난 3월 3일 처음 식약처 실무자 개인 메일로 시험 결과를 보낸 것을 비롯해 4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자료를 식약처에 전달했으나, "그때마다 데이터 내용이나 제품명 표기 방식 등이 각각 달랐다"고 식약처 관계자는 전했다. 이 때문에 "여성환경연대 조사 결과 검증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게 식약처 주장이다. 여성환경연대 측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생리대 제조사 반응은 엇갈려

이날 식약처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제암연구기구(IARC)가 지정한 1·2군 발암물질이 가장 많이 검출된 '일회용 중형 생리대'는 유한킴벌리 제품이었다. 생식·신경 독성 등을 일으키는 VOCs 총검출량은 깨끗한나라 제품이 가장 많았다. 트리플라이프의 면생리대 제품에선 VOCs가 가장 많이 검출됐지만, "세척해 사용하면 농도가 크게 감소한다"고 이 자료엔 기재돼 있다.

생리대 제품명이 공개되자 깨끗한나라 측은 "특정 브랜드의 이름만 공개해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특정 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것에 대해선 (여성환경연대 등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발암물질 검출량이 높은 것으로 공개된 유한킴벌리 측은 "김 교수 실험 결과를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유한킴벌리 등 특정 업체를 봐주기 위해 릴리안 제품만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만구 교수는 "유한킴벌리로부터 연구비로 단 1원도 받은 적이 없다"면서 "분석과학자로 독성 물질의 검출 여부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을 뿐, 이 물질의 유해성 여부에 대해서 판단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충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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