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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트럼프에 실망한 美, 힐러리에 열광…북투어 티켓 27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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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대선을 회고한 저서 출간에 맞춰 미국 전역을 돌며 홍보하는 '북투어'를 오는 18일(현지시간)부터 시작한다.

힐러리가 지난 미국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했던 스토리를 다룬 회고록 '무슨일이 일어났나(What Happened)'에 대한 관심은 이미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 현지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염증을 느낀 미국 국민이 힐러리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폭스뉴스와의 8월 31일 인터뷰에서 "유명 작가들의 북투어 티켓이 고가에 팔리는 건 상식이지만, 힐러리 북투어의 경우는 우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수준"이라고 밝혔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북투어 VIP 좌석 입장료는 이미 평균 2000달러(약 225만원)를 넘어섰으며, 토론토의 경우엔 3000캐나다달러(약 270만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VIP 입장객에겐 맨 앞좌석 2곳, 힐러리의 사인이 적힌 회고록 1권, 무대에 올라와 힐러리와 직접 사진을 찍을 기회 등의 특전이 주어진다.

일반석 가격은 지역마다 차등이 있다. 가장 저렴한 플로리다주에선 50달러(약 5만6000원), 힐러리의 연고지인 뉴욕에선 750달러(약 84만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70달러인 토론토에서는 이미 모든 티켓이 다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은 오는 12일 정식으로 출간된다. 출판사 측은 보도자료에서 "(힐러리는) 솔직하고 개인적이며 놀랍도록 재미있는 스토리로 대중과 교감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힐러리의 새로운 모습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힐러리 북투어의 높은 인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저지르는 기행과 실정에 실망한 미국 국민의 관심을 반영한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지난달 17~19일 미국 유권자 1987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9%에 그쳐 처음으로 30%대로 추락했다.

특히 지난달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백인우월주의 시위를 두둔하는 등 국민 간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국민이 느끼는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다. 이에 대선 기간 내내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한 힐러리에게 미국 국민의 관심이 다시 쏠리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북투어는 미국 전역을 순회하며 진행된다. 수도 워싱턴DC를 시작으로 캐나다 토론토, 일리노이주 시카고, 조지아주 애틀랜타, 미시간주 앤아버, 위스콘신주 밀워키 등의 순서로 이어진다.

특히 선거 때 유세가 미흡했다고 지적되는 '러스트 벨트'를 우선으로 방문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16년 11월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 잡은 승기를 놓친 건 위스콘신주·미시간주 등 이 지역에서의 석패로 선거인단 수십 명을 빼앗긴 게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된다. 이 때문에 이번 북투어가 힐러리 정치 복귀의 신호탄이 될지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힐러리는 이미 지난 5월 비영리 정치조직인 '함께 전진(Onward together)'의 출범을 선언한 바 있다. 힐러리는 때맞춰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 "새 정치단체를 출범시킨 건 전보다 더 맹렬하게 민주당을 위한 지지를 동력화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힐러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난 여전히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더 원대한 마음으로 미국을 포용하며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적었다. 힐러리가 2020년 차기 대선에 3번째로 도전할 의사를 밝힐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저서 '무엇이 일어났나'는 힐러리가 이미 언론과 트위터 등을 통해 내용 일부를 공개하며 많은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10월 대선후보 TV토론 때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쾌한 기억'을 회상한 대목은 전 세계적 이슈가 됐다. 힐러리는 자서전에서 "(트럼프는 TV토론 당시) 내가 어디로 걸어가든 나를 바짝 따라와 얼굴을 마주 댔다"며 "트럼프는 문자 그대로 내 목에 입김을 불어넣었다. 소름이 돋았다(skin crawled)"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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