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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트럼프, 참모들에 "중국 관세대책 내놓으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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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켈리 실장 임명 직후 "中이 우릴 비웃고 있다" 불만 쏟아내

틸러슨 국무엔 "내 생각을 잘못 이해… 완전히 기득권자"

"백악관 천재들에게 얘기했는데 6개월 지나도 지재권 문제만 언급"

백악관·공화당서 고립무원… 펜스 부통령에게 의존도 높지만 '그는 대선 경쟁자' 분석도 나와

"중국이 우릴 비웃고 있어요. 비웃고 있다고."

지난 7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비서실장에 존 켈리를 임명한 직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중국 지식재산권 문제 회의. 트럼프 대통령은 "켈리 실장의 첫 회의 참석이라, 내 의견을 알려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27일(현지 시각) 백악관 관계자들을 통해 당시 회의 상황을 재구성해 보도했다. 켈리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 뒤에 섰고, 책상 앞에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 당시 백악관 수석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 등이 자리를 잡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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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 방에 있는 천재들에게 6개월 전부터 (중국에 대한) 관세 대책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들고 온 건 지식재산권 문제"라며 "지식재산권에 관세를 매길 수는 없지 않으냐. 이건 내가 6개월간 요구했던 게 아니다"고 했다. 이어 "지금 이 방에 있는 어떤 사람은 (내 말에) 기분이 나쁠 것"이라면서 "이 방에 '세계화주의자(globalist)'가 있다는 걸 알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관세 대책"이라고 했다.

'세계화주의자'란 표현은 '경제 민족주의자'를 자처해온 스티브 배넌 전 수석전략가가 게리 콘 위원장 등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인사들을 비판할 때 쓰는 말이다. 악시오스는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자신의 참모 중 '세계화주의자'들이 자신에게 저항하고 있다고 믿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은 미국 외교를 총괄하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도 향하고 있다. 악시오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에게 빠르게 좌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아프가니스탄 전략 회의를 가진 후 "틸러슨이 (내 생각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그의 생각은 완전히 기득권"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문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란 발언으로 압박을 강화할 때 틸러슨 장관은 "북한과 협상할 의향이 있다"고 했었다.

틸러슨 국무장관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저항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버지니아주(州)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백인우월주의자 집회 유혈 충돌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두둔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은 자기 생각을 말한 것"이라고 했다. 사회자가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것이냐"라고 묻자, 틸러슨 장관은 즉답을 피한 채 "나는 지난주 국무부 연설에서 의견을 말했다"고 했다. 그는 국무부 연설에서 "인종주의는 악이며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었다. 사실상 대통령과 생각이 다르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폐지 등 핵심 공약이 의회에서 제동이 걸리자, 여당인 공화당 의원과도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누군지 말하지 않겠지만, 단 한 표 때문에 오바마 케어 폐지에 실패했다"고 했다. 당시 공화당에서 의외의 반대표를 던진 사람은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이었다. 그러자 지지자들은 "매케인은 죽어라!"고 소리쳤다. 매케인은 뇌종양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는 수주일째 통화도 안 할 만큼 관계가 악화했다고 한다.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인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의회와 관계가 계속 꼬이는 상황에서 인디애나주 하원의원 12년, 주지사 4년을 지낸 펜스 부통령의 경험을 더욱 중시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거의 매주 식사를 같이하고 있다. 펜스 대통령은 샬러츠빌 사태와 관련해 여론의 역풍이 불 때도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이 물밑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다음 대선 때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독실한 신앙심으로 기독교계의 강한 지지를 받는 펜스가 차기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어도 승산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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