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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살충제 계란 이어 생리대까지…사면초가 식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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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미컬 포비아 확산 ◆

매일경제

살충제 계란 파동에 이어 발암물질 생리대까지 생필품 안전 문제가 연거푸 불거지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뭇매를 맞고 있다.

식약처가 논란이 된 일회용 생리대 '릴리안'에 대한 정기검사를 예정된 일정보다 앞당기고 시판된 주요 브랜드 생리대 제품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생리대 파문에 대한 식약처의 늑장 대응도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와 강원대 생활환경연구실 김만구 교수 연구팀은 국내 생리대 10종에서 발암물질을 포함한 유해 물질 22종이 검출됐다고 밝혔지만 8월 중순까지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3일까지도 시판된 생리대 제품에 대한 전수조사는 없다고 밝혔지만 여성환경연대 등의 요구가 거세지자 하루 만에 말을 바꾼 것도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24일 "생리대 제품 전반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가중되고 있어 시판 중인 주요 브랜드 제품 대부분을 수거해 검사할 예정"이라며 "25일 산부인과 전문의와 소비자단체 등 전문가 회의를 열어 전수조사 여부와 생리대 안전관리 조치 사항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정기 검사에는 2개월가량 소요된다"며 "최대한 많은 인력을 생리대 수거와 검사에 배치해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또 유한킴벌리 엘지유니참 깨끗한나라 한국피앤지 웰크론헬스케어 등 생리대 제조업체 5곳을 현장조사해 △접착제 과다 사용 여부 △원료 및 제조 공정 준수 여부 △업체의 원료·완제품 품질 검사 수행 현황 △제조·품질관리 기준 준수 여부 등 위반 사항이 있는지를 점검했다.

또 다른 문제는 식약처 품질검사가 형광증백제 산·알카리 색소 포름알데히드 흡수량 삼출 등 9개 항목에 한해서만 이뤄진다는 점이다. 2015~2016년 2년간 릴리안 35개 품목을 포함한 생리대 252개 품목에 대한 정기검사가 시행됐지만 해당 제품들은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 논란이 된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대한 검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생리대를 속옷에 고정하는 접착제 부분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 생리대 규제 항목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따라서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진 생리대 정기 품질검사뿐만 아니라 시판 생리대 전수조사에서도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대한 검사는 이뤄지지 않아 불완전한 검사라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란 지적이다.

식약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비롯한 유해 물질 검출량을 분석하고 위해성을 평가하는 작업을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하고 있는데 이 작업이 내년 11월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최대한 시기를 앞당길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생리대 부작용 논란의 중심에 있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은 고농도 또는 장기간 노출되면 신경과 근육 등에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톨루엔·벤젠·자일렌·에틸렌·스티렌 등이 대표적인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다. 끓는점이 낮아 대기 중으로 쉽게 증발되는 액체 또는 기체 화합물로 정유공장, 주유소, 자동차, 페인트나 접착제 등과 같은 건축자재에서 주로 발생한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대기로 배출되면 심한 악취를 뿜어내 두통과 호흡장애뿐만 아니라 신경·근육 등에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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