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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환경단체 "10종 생리대서 유해물질"…어떤 제품 믿고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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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미컬 포비아 확산 ◆

매일경제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여성환경연대가 개최한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유해 화학물질 조사 강화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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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때문에 생리일수가 줄어든 줄 알았죠. 질병도 없는데 생리대 바꿨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줄어들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여성 소비자들의 불안과 공포가 분노로 폭발했다. 자신의 건강과 나이 등의 이유로 생리불순이 생겼을 것으로 믿었는데 생리대 유해 물질 때문일 수 있다는 의혹이 커졌기 때문이다.

24일 여성환경연대가 개최한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 행사에 참석한 여성 소비자들은 생리대로 인한 부작용 사례를 쏟아냈다. 지난 3년간 특정 생리대를 써왔다는 20대 여성은 "사용감이 좋고 100% 순면 제품이라 제품을 바꿨다"며 "지금은 생리주기도 3주, 7주로 불규칙하고 양도 크게 줄어드는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여성환경연대 측은 지난 21일부터 특정 생리대로 인한 피해 제보를 접수한 결과 이틀 새 3009명의 제보를 접수했다고 전했다. 당초 200~300명 정도 접수할 것으로 예상한 여성환경연대 측도 사례를 보고 매우 충격을 받았을 정도다. 제보자들은 1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이 다양했으며, 20·30대가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제품 이용 기간도 1~2년부터 3년 이상까지 다양했다.

6년째 특정 브랜드를 써온 20대 소비자는 생리불순 증상이 3∼4년간 이어지다 2년 전 다낭성 난소증후군 판정까지 받았다고 단체 관계자는 전했다. 이 여성은 "산부인과에서는 스트레스 때문일 수 있다는 검진 결과만 내놓았을 뿐 생리대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피해 사례(복수응답) 중 '생리통이 심해졌다'(68%)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생리주기 변화'(66%) '질염 등 여성질환'(55.8%) '피부질환'(48.3%) 등이었다. 생리가 아예 끊겼다는 제보자도 있었다. 행사장에서 한 20대 여성 소비자는 "생리는 가임기 여성에게 가장 민감한 건강 문제"라며 "정부가 저출산 문제에 매달리고 있지만 생리대 안전성 하나 못 챙기는 데 대해 더 분노가 치민다"고 토로했다.

유해 물질이 여성환경연대가 조사 의뢰한 거의 모든 생리대 제품에서 검출됐지만 초기부터 브랜드명이 노출된 릴리안 제품만 환불 조치에 이어 생산 중단이 이뤄졌고, 다른 브랜드들은 여전히 시중에서 팔리고 있어 여성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과관계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괴담 수준의 얘기까지 도는 것도 문제다. 피해 여성들의 사례가 생리대의 유해 물질 때문인지 아직 정확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발표된 사례들도 생리대 때문이라고 '추측'할 뿐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없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위해성 평가와 건강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제보가 어디까지 사실이고 원인 물질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제부터라도 명확히 조사하고 인과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여성 소비자들은 생리대로 인한 피해배상소송을 준비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 21일 포털 사이트에 '○○ 생리대 피해자를 위한 집단소송 준비모임' 카페를 개설한 법무법인 법정원은 특정 생리대를 사용한 뒤 신체적 증상과 정신적 고통을 겪는 소비자의 피해 구제를 위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카페 회원 수는 사흘 만에 약 8500명으로 늘어났으며, 게시판에는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제조사들은 논란의 파급 영향을 주시하면서도 이번 기회에 생리대 유해 물질 기준을 재수립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국내외 어디에도 생리대에 포함된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의 조사방법이나 유해성 여부에 대해 조사한 사례가 없어 우리도 답답하다"며 "식약처 조사에 적극 협조해 인과관계를 밝히고 책임질 일은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여성환경연대 운영위원에 유한킴벌리 임원이 속해 있고, 지난 3월 연구를 진행한 강원대가 유한킴벌리에서 후원을 받은 게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는 의혹까지 나오면서 진흙탕 싸움 우려도 고개를 들었다.

제조업계는 자칫 이번 논란이 아기 기저귀 등 유사 제품으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도 걱정한다.

기저귀와 생리대는 원료가 비슷한 데다 접착제 포함 물질도 유사해서다. 생리대의 경우 소비자가 성인이어서 직접 부작용을 호소할 수 있지만 아기 기저귀는 발진 등이 발생해도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생활용품 관계자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면 생리대·기저귀 등 유사 제품에 포함된 유기화학물을 제조 공정에서 제외하든지 후속 조치가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서찬동 기자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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