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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범블비보다 무서운 말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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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꿀벌의 천적으로부터 벌통 지키기

한겨레21

사마귀를 뜯어먹는 장수말벌. 위키미디어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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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순이 지나니 하늘이 높아지고 습도가 낮아졌다. 가을이 오는구나 싶다. 아파트 단지 안에 무궁화와 코스모스가 피며 청량함이 더해간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 가장 무서운 녀석이 온다. 말벌이다.

양봉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벌의 천적은 곰밖에 없는 줄 알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에서 봤듯이 진한 갈색 옷을 입은, 사람같이 똑똑한 곰이 허겁지겁 벌꿀을 파먹는 끔찍한 광경. 하지만 도시에서 꿀벌의 천적은 (전염병을 제외한다면) 말벌이다.

말벌의 한 해를 보면 10월 말이면 수컷은 죽고 암컷만 남아 고목이나 동굴에서 월동하며 살아남는다. 5월 이후 동굴이나 나무 안에 집을 짓고 산란과 육아를 계속하다 대가족을 이룬 8~9월께 꿀벌을 공격하러 온다. 물론 꿀벌이 이길 때도 있다. 하지만 말벌 1마리를 죽이려면 꿀벌 1천 마리 이상이 필요할 만큼 출혈이 심하다. 만약 벌통의 모든 벌이 말벌 1마리의 공격을 막아냈다고 해도 말벌이 자기네 식구를 불러오면 게임은 쉽게 끝난다.

국내에는 장수말벌, 등검은말벌, 쌍살벌, 땅벌 등 여러 말벌이 있다. 그중 으뜸은 장수말벌이다. 침에는 꿀벌 침 수십~수백 배의 독성이 있고 신경을 마비시키는 성분인 만다라톡신이 들어 있다. 꿀벌은 침을 쏘면 내장이 함께 빠져나와 죽는데 말벌은 침을 재사용할 수 있다.

장수말벌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과 공포를 잊지 못한다. 처음엔 작은 새인 줄 알았다. 크기가 무려 4~5cm다. 날개를 펴면 7cm는 된다. 강한 턱이 있어 꿀벌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물어뜯어 먹는다.

색깔 때문에 더 무섭다. 주황색 투구를 쓴 전사의 얼굴과 주황색과 검은색 줄무늬에 갑옷을 두른 단단한 몸. 개인적으로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범블비(노란색 로봇 자동차)가 떠올랐다. 영화에서처럼 무적이랄까. 말벌을 생각하며 글을 쓰는 지금 상상만 해도 너무 무섭다. 나와 내 벌들이 당한다면, 엉엉 울어버릴 거다.

말벌이 일단 공격하면 우리 쪽은 전멸이라고 봐야 하므로 오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것이 최선이다. 내가 아는 말벌 퇴치 방법은 유인해 죽이기, 방어 그물 달기, 그리고 그냥 죽이기다.

썩기 직전의 포도나 유산균 음료수를 3일 이상 발효시켜, 병뚜껑이 막힌 1.5ℓ 페트병에 지름 4cm의 구멍을 뚫고 그 안에 음료를 캔 하나 분량 넣는다. 5개 벌통에 하나꼴로 벌통 위에 거꾸로 매달아둔다. 냄새를 맡은 말벌이 페트병 안으로 들어왔다가 밖으로 못 나가면 성공이다.

다음은 벌통 입구 앞에 말벌 몸보다 작고 꿀벌 몸보다는 큰 그물망을 걸어두는 것이다. 말벌은 주로 벌통 입구부터 공격하는데 여기가 뚫리면 큰일 난다. 그물이 있으면 말벌이 벌통에 접근할 수 없다.

다음은 말벌을 때려죽이는 것이다. 그물망과 유인액이 있어도 말벌이 벌통 근처를 맴돈다면! 배드민턴 라켓으로 냅다 때려잡자. 땅에 떨어져 기절한 말벌 엉덩이에서 재빨리 침을 뽑고 발로 밟거나 하는 약간의 조치(?)를 하면 된다.

최우리 <한겨레>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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