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취임 100일
우원식(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뒤 우상호 전 원내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오대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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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재수 끝에 원내대표 고지에 오른 을지로위원장
우 원내대표는 대선 일주일 만인 지난 5월 16일 당내 경선에서 친문(재인)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홍영표 의원을 7표 차이로 제치고 원내대표에 올랐다. 경선 전 김근태(GT)계로 분류된 우 원내대표가 친문계 핵심인 홍 의원을 누르고 원내대표에 오를 것이라고 낙관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1년 전 20대 국회 첫 원내대표 경선 당시 1차 투표에서 우상호 의원에게 이기고서도, 과반을 넘지 못해 치른 2차 결선 투표에서 패한 뒤 절치부심한 우 원내대표에게 의원들은 마음의 문을 열었다. 특히 그가 2013년부터 당 을지로위원장을 맡아 ‘을’의 눈물을 닦는 데 앞장서 온 것이 많은 의원들에게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졌다는 평가였다. 우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소감을 통해 “우리와 대한민국의 성공을 위해 나아가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알고 문재인 대통령, 추미애 당 대표와 뚜벅뚜벅 나아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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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이낙연 총리부터 줄줄이 꼬인 인사 문제…탁현민은 진행형
우 원내대표는 취임과 함께 인사 문제라는 암초를 만났다. 야당들은 이낙연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청와대가 내놓는 인사마다 제동을 걸었다. 석 달 가깝게 이어진 인사 정국은 산 넘어 산이었다. 이 총리와 강 장관 인사를 해결하고 나니 이번에는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문제가 줄줄이 이어졌다. 인사 정국 막바지에는 차관급인 박기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문제까지 국회로 화살이 날아 들었다. 안경환 조대엽 후보자와 박 본부장의 사퇴로 마무리되는 듯하던 인사 문제는 다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 문제로 전운을 드리우고 있다. 문 대통령이 사실상 사퇴 요구를 거부한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문제도 아직 진행형이다. ‘기-승-전 탁현민’이라는 얘기가 회자될 정도다.
우원식(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4당 원내대표 회동 결과를 발표하던 중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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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약이 된 눈물과 우원식의 변신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의 국회 처리는 갓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최대 현안이었다. 때문에 이를 얼마나 속도감 있게 처리하느냐는 우 원내대표의 국회 운영 능력을 검증할 가장 큰 시험대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6월 7일 국회로 넘어 온 추경안은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한 야당들의 어깃장으로 상임위에서 심사조차 돌입하지 못한 채 표류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협치’를 강조하며 낮은 자세로 설득에 나선 우 원내대표는 급기야 6월 22일 국회 정상화 합의가 무산되자 “한 달 동안 참고 참으며 들었는데 너무하지 않습니까” 라고 답답함을 토로하다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자 야당은 “약한 척? 가지가지 한다”며 빈정거리는 어조로 우 원내대표를 공격했다. 눈물이 약이 된 것일까. 이후 야당을 향한 강성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한 우 원내대표는 지난달 13일 추미애 대표의 ‘머리자르기’ 발언에 대한 청와대 대리사과와 조대엽 후보자 사퇴를 끌어낸 데 이어 22일 추경안 처리까지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표결 전 퇴장하자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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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추경 처리 해놓고도 욕 먹은 이유는
천신만고 끝에 추경 처리에 성공했지만, 우 원내대표는 오히려 역풍에 휩싸인다. 추경 국회 본회의 처리 당시 민주당 소속 의원 26명이 해외 출장이나 개인 일정으로 자리를 지키지 않아, 한때 정족수 부족으로 처리가 지연된 데 따른 책임이 고스란히 우 원내대표에게 돌아온 것이다. 당시 우 원내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 과격 지지층 등으로부터 원내대표 사퇴를 넘어 정계를 은퇴하라는 ‘모진’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추경 처리에 대한 공치사는 고사하고 당 안팎의 비난에 시달린 우 원내대표는 결국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로 국민 여러분들에게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보면 추경안 처리 당일 본회의에 참석했다가 정족수 부족 사태를 미리 예상하고 표결에 불참하기 위해 자리를 뜬 자유한국당의 꼼수에 우 원내대표가 쓴 맛을 본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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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레드라인’만 밟지 않았을 뿐…한 살 터울 추 대표와 신경전
추경 후폭풍에 속앓이를 하던 우 원내대표가 며칠 지나지 않아 발끈했다. 우 원내대표가 지난달 25일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작심한 듯 쓴소리를 내뱉은 것이다. 우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추경 통과 내용에 대해 SNS 등에서 누더기니, 반토막이니 폄훼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기에 동의할 수 없다. 당 내외의 왜곡된 평가가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욕감까지 느낀다”고 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당 내외라는’ 표현 때문에 우 원내대표가 추미애 대표를 겨냥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추 대표가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과 관련, “야당의 반대로 공공일자리의 핵심인 중앙직 공무원 일자리가 사실상 반토막이 됐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1957년생 우 원내대표와 1958년생 추 대표. 한 살 터울인 당 투톱의 신경전은 이 문제가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달 추 대표의 ‘머리자르기’ 발언에 대한 청와대 대리사과 때 ‘추미애 패싱’ 논란이 불거진 것도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심지어 우 원내대표와 추 대표는 직접 대화 대신 필담을 나눈다는 괴소문까지 흘러 나왔다. 양측은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우 원내대표 취임 100일간 추 대표와의 신경전은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을 뿐 당 관계자들의 마음을 졸이기에 충분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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