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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암 100과] 유전성 대장암 의심땐…`위험군` 가족들도 함께 검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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癌에 대해 알고 싶은 100가지 과학적 지식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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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대장암은 한국 사람들에게 유독 많이 생기는 암이라고 들었습니다. 술을 가까이하고 배가 나온 중년 남성들이 위험군인 줄로만 알았는데, 최근에는 젊은 여성들이 대장암을 진단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해 놀랐는데요. 대장암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가 서구화된 식습관 때문이라는데 정말 일상 속 생활습관이 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지, 대장암의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도 알려주세요.

A = 한국에 대장암 환자들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가별 대장암 발병률을 분석했더니 한국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지요. 매년 국내에서 약 2만7000명의 환자가 대장암을 진단받고, 성별 구분 없이 남녀 모두에게서 3번째로 흔히 생기는 암 유형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최근 가파르게 치솟던 대장암 발병률이 약간 주춤하고, 추세가 꺾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대장암은 실제로도 생활습관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된 암이라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고 일상에서 경각심을 가지면 예방할 수 있습니다.

대장암의 가장 효과적인 1차 예방법은 대장암 유발 식품인 술과 붉은 고기, 소시지 등 가공육을 멀리하는 것입니다. 또한 운동을 통해 비만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운동을 하다 보면 장 운동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대변이 장에 머무는 시간도 짧아집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장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하는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2차 예방법도 있습니다. 대장 내시경을 통해 암으로 가기 직전 단계인 양성 종양(선종)이 발견되면 제거해주는 방법이지요. 보통 정상 상태에서 선종을 거쳐 대장암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간 단계에서 혹을 떼어내면 암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결국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검진을 주기적으로 받아 조기에 종양을 발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증상이 별로 없는 환자가 많아 증상이 생겼을 때는 이미 늦었거나, 수술 후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5년 생존율을 살펴보면 대장암 1기와 2기는 각각 90%, 85%에 이르지만 3~4기는 40~60%로 급격히 낮아지기 때문이죠. 그중에서도 오른쪽 대장암은 종양이 대장 깊숙이 위치해 발견하기 어렵고, 암 덩어리가 커질 때까지 방치되기 쉽습니다. 조금씩 피가 나면서 빈혈 증상이 나타나는 정도지요. 왼쪽 대장암이 그나마 종양이 항문 가까이 있어 혈변이 보이거나 변이 가늘어지는 등의 증상을 찾기 수월한 편입니다.

검진 결과 대장 안에 선종이 100개 이상 있다면 가족성 용종증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전체 대장암 환자의 5% 정도가 유전성 암을 앓는데, 유전성 암은 크게 가족성 용종증과 유전성 비용종증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인 가족성 용종증은 APC란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암이 발병하는 경우입니다. 이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으면 나이가 들어 100% 대장암이 생긴다고 봐야 하지요. 변이가 확인되면 대장암 검진을 다른 사람들보다 자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 구성원도 함께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가족들이 저마다 바쁘고 의사 입장에서도 환자 가족들까지 일일이 챙길 여력이 없어 검사가 지체 혹은 생략되는 경우가 있는데 '위험군'임을 명심하고 경과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용종이 많은데 가족력까지 확실하다면 암으로 진행하기 전에 미리 대장을 잘라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어린 학생들의 경우 수능이 끝난 18세 정도에 수술을 하지요.

유전성 비용종증도 마찬가지로 가족력에 의해 생기지만 용종이 없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우리 몸에 유전자를 복구해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서 생기는 암이지요. 이 같은 유전자는 몸속에 여러 개 존재하는데 그중 서너 개 이상에서 문제가 생기면 유전성 암이라 진단하게 됩니다. 또한 전체 가족 구성원 중 △환자가 세 명 이상 있고 △한 명이 50세 이하고 △두 세대에 걸쳐 있고 △한 명이 다른 한 명과 1촌 관계에 있는데 가족성 용종증은 아니라면 자연히 유전성 비용종증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가족성 용종증처럼 100% 확률로 대장암에 걸리는 건 아니지만 약 70~80% 확률로 진행될 수 있으니 이 역시 잦은 검진이 요구됩니다.

우리나라는 통상 대변에서 검출되는 혈액을 검사하는 '잠혈 검사'를 1년 간격으로 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유전성 암이 의심된다면 대장 내시경도 1~2년 간격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대장암의 치료법은 대장 절제 수술을 기본으로 합니다. 항암 화학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기도 하지요. 방사선 치료는 항문으로부터 대략 15㎝ 반경에 생기는 직장암에 한해 진행됩니다. 예전에는 수술을 먼저 한 뒤 방사선 치료를 국소적으로 진행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수술하기 전 방사선 치료로 먼저 암 세포를 죽여놓고 수술을 하는 게 더 일반적입니다. 수술을 나중에 하는 게 재발률을 낮춘다는 임상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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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항문에서 더 멀리 떨어진 윗부분에 종양이 위치한 결장암은 방사선 치료는 하지 않고 수술과 화학치료를 진행하게 됩니다. 대장암은 다른 암과 달리 대부분의 경우 수술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설령 암 말기에 간, 폐, 림프절 등으로까지 전이가 이뤄졌더라도 절제할 수 있다는 의미지요. 한 번 전이되면 수술보다는 항암치료를 택하는 위암 등과의 차이점입니다. 이 때문에 4기 환자도 5년 생존율이 50% 이상으로 올라가기도 합니다. 주변 장기로 퍼진 종양까지 깨끗이 제거하기만 한다면 치료가 가능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혁신적인 신약도 많이 개발되는 추세기 때문에 대장암 말기를 진단받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박지원 서울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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