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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법관독립 제도화' 외친 대법원장 후보자…개혁 급물살 예고(종합3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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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에 '쓴소리' 내놨던 김명수 춘천법원장, 대법원장 지명

'전교조 합법 지위' 결정…인사제도 수술·'판사 블랙리스트' 재조사 관측

연합뉴스

환하게 웃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이 21일 오후 강원 춘천지법에서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17.8.21 yangdoo@yna.co.kr (끝)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방현덕 기자 = 21일 지명된 김명수(57·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 후보자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대법원을 비판하며 진상조사 여론을 주도한 고위 법관이다.

진보적 판사들의 '대부'로도 평가받는 김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는 "법관 독립에 대한 소신을 갖고 사법행정의 민주화를 선도해 실행했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지난 3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촉발된 직후 대법원이 소집한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 참석해 고위 판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향한 쓴소리를 내놨다.

당시 김 후보자는 행정처가 사태를 축소하려 하는 등 잘못된 대응을 하고 있다며 사법부에 대한 외부의 비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는 김 후보자가 초대 회장이었던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 행사를 법원행정처 소속 고위 판사가 부당하게 축소하려 했다는 게 골자다. 이는 행정처에 '판사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법원을 뒤흔든 이 사태는 일선 판사로 구성된 대의기구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가 생겨나는 밑거름이 됐다. 당시 연구회 간사였던 김형연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이후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거부한 '판사 블랙리스트' 실체 재조사 등 판사회의 측의 요구를 김 후보자가 취임 이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도·인사평정 폐지와 같이 법원 내에서 꾸준히 거론돼온 각종 개혁 과제도 김 후보자 체제에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김 후보자는 3월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 행사에 참석해 "법관 독립을 제대로 이루기 위해서는 연수나 교육을 통해 개인의 의지를 고양하는 것과 동시에 제도적 정비로 내·외부의 간섭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이 21일 오후 강원 춘천지법 재판정에서 취재진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17.8.21 yangdoo@yna.co.kr (끝)



김 후보자는 서울고법 행정10부 재판장이던 2015년 11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합법노조 지위를 유지하는 결정을 내려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전교조는 해직교원이 가입됐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적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뒤 각종 소송전을 벌이던 상황이었다.

이중 정식 재판이 끝날 때까지 통보의 효력을 중단해달라는 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은 전교조의 승리로 대법원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대법원이 2015년 6월 2심을 깨고 고용부의 손을 들어주며 전교조는 다시 법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났다.

파기환송심 재판장이었던 김 후보자는 대법원의 취지에 맞서 다시 고용부의 법외노조 통보 효력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같은 해 삼성 에버랜드가 노조 활동을 위해 직원 개인정보를 외부 이메일로 전송했다는 이유로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지회장을 해고한 사건에서 해고 무효 판결을 했다. 2011년에는 5공화국 대표적 공안 조작 사건인 '오송회' 사건 피해자와 가족에게 국가가 150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춘천지방법원장을 지내며 강원도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아 자유한국당 김진태·염동열 의원을 법정에 세우는 데 사실상 관여했다.

두 의원은 4·13 총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됐으나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춘천시 선관위는 '김 의원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냈고, 고법의 '공소 제기(기소)' 결정에 따라 이들은 재판에 회부됐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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