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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前 정부 탓, 다른 부처 탓하면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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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살충제 계란 파동의 원인을 굳이 찾자면 식품 안전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이전 정부에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야당이 현안 파악도 못하는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해임을 요구하자 전(前) 정부 탓으로 화살을 돌리려 한 것이다. 식품 정책 문제의 근원을 거슬러 가면 정부 수립까지 올라갈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벌어진 사태의 신속한 수습과 재발 방지다. 그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 그걸 모면하겠다고 전 정부 탓을 하니 한심할 뿐이다. 이낙연 총리는 "전 정부 탓할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을 때도 청와대는 전 정부 탓을 했다.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을 때도 '전 정부에서 썼던 검증 방식을 사용했더니 후보자를 제대로 가려낼 수 없었다'는 말을 했다. 최근엔 교사 임용시험 선발 인원이 줄어 교대·사대생 불만이 터지자 친(親)정부 교육감들이 나서 "전 정부 탓"이라고 한다. 자신들이 결정해 생색은 내놓고 문제가 생기자 태도를 바꿨다.

전 정부 탓만 하는 게 아니다. 정부 부처끼리는 서로 '저 부처 탓'이라고 한다. 살충제 계란이 발견될 때부터 농식품부와 식약처는 서로 책임 미루기에 바빴다. 지난 18일 정부 합동브리핑에서는 계란 출처를 알려주는 '난각(卵殼) 코드'가 허술하게 관리되는 점을 지적하자, 정부 관계자가 "지자체 책임"이라고 했다. 엉터리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이 도마에 오르자 식약처 관계자는 "우리가 농식품부에 위탁한 것이므로 우리에겐 책임이 없다"고 떠넘겼다. 살충제 계란이 어느 농장에서, 몇 곳에서 검출됐느냐가 혼선을 빚자 농식품부는 "식약처가 안다"고 하고, 식약처는 "농식품부에 물어보라"고 핑퐁게임을 했다. 초기부터 상황 파악을 못해 사태를 키운 식약처장은 국회에서 "농식품부 업무라 모른다"고 반복했다. 이런 모습이 열흘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게 끝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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