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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플러스] 햄버거·소주·살충제 달걀… 소비자 먹거리 불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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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서 살충제 검출 49곳 중 31곳 ‘친환경’ / 주부들 “가족들 위해 비싸도 구입” 분통 / ‘식중독균 족발’·‘이물질 소주’도 적발 / 소비심리 악화로 내수경기 붕괴 우려

세계일보

주말인 19일 오후 대형마트 식품매장 계산대 앞에 선 주부 이모(37)씨의 카트에는 ‘필수 식품’인 달걀이 빠졌다. 주말이면 빠짐없이 가족들이 간식으로 즐겨 먹는 족발도 담기지 않았다. 평소 아이들이 간식으로 먹는 요플레, 과자, 빵, 아이스크림도 안 보였다. 대신 채소류, 과일류 등 신선식품만 눈에 띄었다. 이씨는 “요즘 워낙 달걀이 이슈라 진열대에 눈길이 가지만 선뜻 손에는 잡히지 않는다”며 “그동안 믿고 먹었던 식품들도 이젠 못 믿겠다”고 말했다.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과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햄버거병’이 터진 이후 ‘살충제 달걀’ ‘식중독균 족발’ ‘이물질 소주’ 등 먹거리 안전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다음에는 또 뭐가 터질까’라는 우려 속에 식품 안전불감증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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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정부의 전국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 결과 총 49곳에서 시중에 유통하면 안 되는 ‘살충제 달걀’이 검출됐다. 이 가운데 31개 농장은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가였다. 일반 농가(18곳)보다 오히려 친환경 농가에서 ‘부적합 판정’ 달걀이 많이 나왔다.

이번 조사 대상은 총 1239개 농장이었다. 주부 김소영(33·경기 일산)씨는 “그동안 가족 건강을 위해 친환경 달걀만 구입했는데, 이번 정부 발표를 보니 속았다는 생각에 분통이 터진다”며 “손해배상 청구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분개했다.

‘살충제 달걀’로 식품 안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족발과 편육에서 식중독균과 대장균이 대거 검출됐다는 소식도 충격적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시중 판매 중이거나 배달되는 30개 족발·편육 제품을 대상으로 위생 상태를 점검한 결과 11개 제품에서 식중독균 또는 대장균이 기준치 이상 발견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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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술’ 소주에서는 부적합 지하수를 사용하다 적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소주 ‘좋은데이’를 생산하는 무학 창원공장에서 사용하는 지하수 수질검사에서 ‘일반세균’ 부적합 판정이 나와 시설개수 처분을 내렸다.

이처럼 주요 식품업체 등이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으면서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빅3’의 18∼19일 달걀 판매량이 평상시와 비교해 50가량 감소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살충제 파동’ 이후 하루 만에 매대에 달걀이 다시 등장했지만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달걀을 주요 재료로 사용하는 제빵·제과업체의 매출도 감소했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제빵업계는 협력 농가에서 살충제 달걀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음에도 최근 매출이 10가량 감소한 상태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먹거리에 대한 신뢰를 빨리 회복시켜줘야 내수 경기가 무너지지 않는다”며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은 식품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고 말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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