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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특파원 24시] 도로 방향 헷갈려 역주행… 日 외국인 렌터카 사고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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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여행자 한국ㆍ대만이 많아

차로 좌ㆍ우 착각 교차로서도 아찔

도쿄올림픽 앞두고 관광객 급증

표지판 등 예방대책 마련 골머리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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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외국인 렌터카 사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왼쪽 차로 주행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이 오키나와(沖繩)나 홋카이도(北海道)를 렌터카로 여행하는 경우가 늘면서 교통사고도 급증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2020년 도쿄올림픽 즈음엔 연간 관광객 4,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삼고 있는 일본 정부는 영어 표지판 확대설치나 고속도로에 알파벳과 숫자를 늘리는‘넘버링제도’도입 등 자구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일본에서 렌터카를 이용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70만명으로 2011년 이후 5년간 4배나 늘었다. 사상자도 증가 추세다. 오키나와현에선 대물손해를 포함한 외국인 교통사고가 지난해에만 1만건가량 발생했다. 보통 일본인들은 렌터카를 2일 이상 이용하지 않지만 외국인들은 열흘 가까이 사용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가족과 렌터카를 확보하는 게 최우선인 이들 운전 여행자들의 90%는 공교롭게도 한국과 홍콩, 대만인들이라고 한다.

특히 한국과 대만은 우측차로 운전 방식이라 일본과 주행방향이 반대여서 사고가 잦다고 한다. 익숙하지 않은 여행지 교통환경에서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휴게소 같은 곳에 잠시 내렸다가 운전을 재개할 때 자국내 운전습관이 발동해 역주행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한다. 교차로에서 반대쪽 차선으로 진입하는 바람에 상대 차량들이 공포에 떠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진다. 또 일본은 한국보다 차로가 좁아 조심해야 할 구간이 많다. 이래저래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운전이 쉽지 않은 환경이다.
한국일보

“외국인이 운전하고 있습니다.” 일본 오키나와 렌트카협회가 제작해 차량 뒷면에 붙이고 있는 스티커. 외국인 운전자임을 주위에 알려 일본인 운전자의 사고예방 배려를 촉구하고 있다.


국토교통성은 일단 국도나 고속도로에서 빈번한 사고유형 파악을 위한 데이터 수집부터 나서기로 했다. 올 가을부터 오키나와, 홋카이도, 규슈(九州) 등 5개 관광 인기지역을 택해 실증실험에 나선다. 사례조사를 위해 자동차 위치정보나 주행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ETC 2.0’(우리나라의 하이패스) 요금징수 시스템을 활용한다. 이를 탑재한 외국인 렌터카의 동의를 얻은 후 주행경로나 급브레이크 관련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외국인이 사고를 일으키는 장소를 좁혀가면서 원인을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이후엔 지목된 특정장소들에 예방대책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어를 읽을 수 없는 외국인이 파악하기 쉽게 교통표지판에 일러스트(삽화)를 붙이거나, 공사중인 도로구간엔 여러 나라 언어로 주의사항을 표기할 방침이다. 렌터카 창구에 사고빈발 지역을 사전에 알리는 팸플릿도 제공한다. 오키나와에선 렌터카 뒷면에 ‘외국인이 운전하고 있다’고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데다 오히려 외국인 대상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와 당국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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