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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최측근 배넌도 결국 "Fired!"…트럼프 극우色 옅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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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승리의 공신이자 자신의 측근이면서도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던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전격 경질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배넌이 오늘을 마지막으로 백악관에서 물러나기로 존 켈리 비서실장과 합의했다"면서 "배넌의 그간의 봉사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며 그의 행운을 빈다"고 밝혔다.

백악관 내 온건파 인사들과 줄곧 갈등을 빚어오던 배넌은 최근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인종 갈등 사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심하게 비난하지 말라"고 조언한 것과 인터뷰에서 "북한 관련 군사적 해법은 없다"고 한 발언이 경질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배넌은 이번 사건 이전에도 온건파인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불편한 관계였고, 국가안보회의(NSC) 참석 여부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지칭하는 용어를 놓고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갈등을 빚어왔다.

트럼프 정권의 실세이자 극우 보수주의자로서 미국 우선주의 무역, 반이민정책, 고립주의 외교 등을 주장해온 배넌의 이탈로 향후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전통적인 개입주의 노선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폴리티코는 배넌의 경질을 "미국의 대외전략에 대한 내부 브레이크가 제거됐다"고 평가했다.

배넌은 그간 유럽 내 국수주의 운동을 옹호했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적극 지지했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배넌이 영향을 미쳤다.

대니엘 플렛카 미국기업연구소(AEI) 부소장은 "배넌의 퇴출로 백악관 내 고립주의자와 개입주의자 간 힘의 균형추는 개입주의자 쪽으로 쏠리게 됐다"고 진단했다.

배넌의 반대로 늦어졌던 국무부와 국방부 인사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배넌의 견제를 받았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입지가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중국은 배넌의 경질로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에 변화를 예상하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0일 '결국 떠난 배넌, 그가 남긴 폐해도 뿌리 뽑히길 바란다'는 사평(社評)에서 "미국 매파 중의 매파인 배넌이 백악관을 떠났다. 이로 인해 미국 국내외 정책에 긍정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악관에서는 켈리 비서실장의 장악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관계자는 "배넌 경질을 요구한 사람이 켈리 비서실장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 내 권력투쟁에서 켈리가 배넌을 압도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정부가 분열을 잠재우고 안정을 찾기 위해 배넌을 경질하고 켈리 새 비서실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넌 경질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14명의 주요 인사를 교체한 셈이 됐다. 보름에 한 명꼴이다. 배넌은 지난해 8월 폴 매너포트가 물러난 빈자리에 들어가 트럼프 대선 캠프의 CEO가 됐고 대선 이후에는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일했다. 보수 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 대표 출신으로 트럼프 정부 우파 정책을 주도적으로 설계했다.

배넌은 자신이 경질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떠난 것이라고 주장하며 친정인 브레이트바트뉴스로 복귀했다.

배넌은 보수 매체인 위클리스탠더드와 인터뷰하면서 "우리가 싸워 쟁취했던 트럼프 대통령직은 끝났다"며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거대한 운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정부는 이제 훨씬 더 평범하게 될 것"이라며 "나는 밖에서 트럼프 반대론자들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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