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4 (금)

"스마트공장 감탄 깐깐한 獨포르쉐도 30분만에 사인했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넥센타이어 강호찬 사장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넥센타이어는 지금까지 '메이드인 코리아'를 앞세워 가격 대 성능비가 높은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대대적 변신을 시작할 겁니다."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조용하지만 힘 있는 말투로 넥센타이어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사장은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의 외아들이다. 1999년 우성타이어를 인수해 글로벌 타이어업계 20위 내 회사로 키워낸 아버지의 뒤를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타이어 시장 재편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9월 독일 유명 스포츠카 제조사인 포르쉐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카이엔에 고급타이어 '엔페라 RU1' 공급을 확정 지은 것. 강 사장은 포르쉐와 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넥센타이어의 스마트공장 기술력이 밑바탕이 됐다고 귀띔했다.

"포르쉐는 공장 입구 들어와서 30분 만에 계약서에 사인했습니다. 포르쉐는 보통 깐깐한 것이 아니어서 계약에만 통상 10년이 걸리는데 우리는 공급까지 딱 2년이 걸렸습니다."

강 사장은 그 비결을 창녕공장의 스마트화에서 찾는다. 그는 "창녕공장은 세계적 수준의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며 "어떤 완성차 업체도 우리 공장을 둘러보고 난 뒤에는 불안감 없이 계약을 하려 한다"고 자부했다.

강 사장의 창녕공장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은 대단했다. 2012년 가동에 들어간 이 공장은 강 회장과 강 사장이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공장을 만들어보자'는 일념으로 투자해 만들어낸 공장이다. 강 사장은 "중국 업체가 창녕공장 설계 도면을 그대로 베껴서 현지에 스마트공장을 만들기도 했다"는 일화도 털어놨다.

"오히려 후발 업체이기 때문에 스마트공장을 짓는 것이 가능했죠. 미쉐린 등 글로벌 타이어 업체도 스마트공장에 관심이 크지만 기존 공장을 개조하는 수준으로는 진정한 스마트공장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타이어 산업은 100% 장치 산업이라 생산 설비가 현대화·첨단화돼 있는 쪽이 무조건 유리하다는 것이다. 스마트공장은 사람의 개입이 적어지기 때문에 제품에 편차도 작고 안정적 생산이 가능해져 완성차 업체로서는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 내년 8월에 완공될 체코공장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표했다. 강 사장은 "체코공장은 내년 8월에 완공되고 창녕공장보다도 2단계 더 수준 높은 스마트공장으로 만들어질 것"이라며 "입지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지만 시장이 있으니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다음에 진출할 시장에 대해서는 "쉽지 않은 시장이지만 미국 공장도 검토 중"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타이어 브랜드 고급화를 위해 연구개발(R&D)에 온 힘을 쏟고 있다. 2019년 1월 준공을 목표로 서울 마곡에 중앙연구소를 짓고 있는 것이다. 강 사장은 "중앙연구소에는 600~1000명까지 근무시킬 생각"이라며 "마곡이 R&D단지로 만들어진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일이며 입지가 좋아진 만큼 우수 인재 영입도 더 쉬워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브랜드 고급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입니다. 인건비 상승 등 생산 단가가 계속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국의 추격 등을 뿌리치려면 결국 이 길로 갈 수밖에 없어요."

스포츠 마케팅과 고급화 전략을 앞세운 넥센타이어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약 15%씩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작년 매출액은 1조8947억원, 영업이익 248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3.1%와 10.2% 증가했다. 특히 2012년 매출 1조7006억원, 영업이익 1769억원을 기록한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강 사장은 최근 걱정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8월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는 자동차업계 상황이 가장 큰 걱정이다. 자동차 판매량이 줄면 타이어업계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전체 자동차 산업이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어 타이어업계 역시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어려움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넥센타이어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4% 감소했다. 강 사장은 내년에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 현지 자동차 회사 납품 비율을 높이는 등 거래처를 다각화했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 칭다오공장 주변에 중국 자동차 관련 업체가 많다"며 "지리적 장점 때문에 베이징자동차에 단독으로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도 그의 걱정거리 중 하나다. 강 사장은 "자동차업계보다 타이어업계 임금이 낮은 만큼 오히려 더 큰 손실을 볼 것 같다"며 "계속해서 급격한 상승이 이뤄지면 생산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논란에 대해서는 "기본급을 적게 하고 수당을 많이 주는 구조로 임금 체계를 짜 왔는데 갑작스럽게 통상임금으로 바뀌면 업체들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마지막은 중국 자동차업계의 추격이다. 강 사장은 "중국에 가서 직접 SUV를 타봤는데 성능이 괜찮으면서도 가격은 국내 차의 절반 수준"이라며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 "특히 전기차 제조 기술이 뛰어나다"며 "베이징자동차가 개발 중인 전기차를 타봤는데 품질이 아주 좋았다. 소음도 별로 없고 차의 기본에 충실하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한국타이어 등이 추진하고 있는 멀티숍에 대해선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멀티숍은 자사 타이어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 타이어까지 함께 판매하는 매장을 의미한다. 그는 "회사 규모가 연간 매출액 기준 3조~4조원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고, 시장에 나오는 매물도 들여다보고 있지만 아직은 시기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기껏 멀티숍을 만들었는데 우리 브랜드 판매량보다 다른 유명 타이어 판매량이 더 많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트럭버스용 타이어(TBR)사업도 수익성이 떨어져 아직 진출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He is…

△1971년 부산 출생 △부산고, 연세대 경영학과, 서울대 경영대학원 △1999년 대유리젠트증권 △2001년 넥센타이어 입사 △2009년 넥센타이어 영업부문 사장 및 대표이사 △2016년 넥센타이어 사장 및 대표이사

[이승훈 기자 / 우제윤 기자 / 박창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