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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고임금 요구시대 지났다" 현대車사장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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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특근마저 불가능한 시점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습니다."

윤갑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장(사장·사진)이 지난 18일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벌어진 제24차 임금협상 테이블에서 이례적으로 노조를 향해 현재의 위기의식에 공감해 줄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윤 사장 발언에는 현대차가 직면한 위기가 창사 이래 최악이라는 인식이 반영됐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중국 판매량이 반 토막 난 데다가 상반기 영업이익이 16.4%나 감소했다.

이날 윤 사장은 올해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 수준을 무리한 것으로 규정하고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과거 현대차가 급성장할 때와 같은 고임금 요구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며 "회사가 직면한 위기를 제대로 인식해주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 인상액으로 기본급 월 15만4883원, 순이익 30%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한 상태다.

현대차의 지난해 1인 평균 급여는 9400만원으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윤 사장은 "현대차의 노무비 수준은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할 뿐만 아니라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경영진이 이처럼 노조에 읍소하게 된 것은 올해 글로벌 판매량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윤 사장은 "올해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급감하고 이에 따른 생산 오더(주문)가 급격히 줄고 있다"며 "특근도 필요 없는 시점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사장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문제와 중국차의 국내 시장 진출, 남북한 경색 상황으로 인한 해외 투자심리와 국내 소비심리 위축 등 어느 하나 걱정되지 않는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경영난에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윤 사장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증가와 근로시간 제한, 통상임금 문제, 나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요구,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등 현대차를 둘러싼 경영 여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사장은 지속되는 노사 갈등이 회사의 4차 산업혁명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자율주행, 인공지능, 공유경제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들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2020년까지 이런 위기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우리에게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가 누구의 책임인지 공방하기 전에 노사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21일 부분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는 이미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4차례에 걸쳐 파업을 진행했다. 21일 파업까지 총 5차례 쟁의행위에 따른 생산 차질은 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6일 제23차 임금단체협상 교섭에서 회사 측이 제시한 임금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날 호봉 승급분(4만2879원) 외 기본급 인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놨고 이에 노조는 "조합원이 납득할 수준이 아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가 현대차가 회복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현대차의 신차들이 본격 판매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브랜드 최초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코나를 내놓은 바 있으며 다음달에는 제네시스 브랜드 볼륨 모델 G70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에서는 노사 갈등으로 신차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제 지난달 현대차 코나는 "시간당 생산 대수가 너무 많다"며 노조가 반발해 양산이 4일이나 지연된 바 있다. 윤 사장은 "미래 생존을 위해서 노사가 기본으로 돌아가 생산성과 품질에 충실하고 휴지 한 장과 물 한 방울도 아끼는 새로운 정신이 필요한 때"라며 노조원이 위기 극복에 동참해주기를 다시 한번 호소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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