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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매경시평] 법인세율 20%와 25%의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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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법인세율 인상에 대한 논의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개인의 경우에는 연간 소득이 1억5000만원만 초과해도 소득의 38%를 세금으로 낸다. 반면 기업은 이익이 200억원 이하일 경우에는 20%, 200억원을 초과해도 22%의 세금만 낸다. 얼핏 생각하면 개인 소득세율 대비 법인세율이 지나치게 낮아 보인다.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국가의 법인세 역시 쉽게 30%를 초과한다.

법인세율에 대해서 현명한 판단을 하려면 먼저 현행 법인세율이 결정된 과정을 알아야 한다. 원래 28%였던 한국 기업의 법인세율은 IT 버블 붕괴로 전 세계 경제가 전대미문의 위기를 겪었던 2002년 1%포인트 인하됐고, 2005년 신용카드 대란 위기를 겪으면서 추가로 2%포인트가 인하됐으며, 2008년 이후 시작된 전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또다시 3%포인트가 인하돼 현재의 22%에 이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정부 주장처럼 현행 법인세율이 지나치게 낮으며,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급격히 성장한 한국 기업의 위상을 고려하면 당연히 법인세를 인상할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적정 법인세율을 찾기 위해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법인세율 20%와 25%가 갖는 본질적 차이를 아는 것이다.

법인세율이 20%라는 사실은 특정 기업이 5년 동안 매년 동일한 규모의 이익을 창출한다고 가정했을 때 정부가 5년에 한 번은 해당 기업이 창출한 이익의 전부를 세금으로 징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해당 기업은 4년 동안 벌어들인 이익으로 5년을 살아야 한다. 같은 논리로 생각해 보면 법인세율 25%의 의미는 4년에 한 번씩 해당 기업의 이익 모두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인세율이 25%가 되면 기업들은 3년을 벌어서 4년을 살아야 한다.

쉽게 생각하면 법인세율 20%와 25%는 겨우 5%포인트 차이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을 경영하는 관점에서는 법인세율 1~2%의 차이가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삼성전자나 현대차처럼 매년 10조원 이상의 신기술 투자를 해야만 겨우 1년을 버틸 수 있는 산업에서는 법인세율이 미치는 영향이 더욱 심각하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영업이익률이 평균 5% 정도에 불과하고, 영업이익의 규모 역시 작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사안이다.

한 국가의 경제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주체는 바로 기업이다. 정부가 추구하는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희망과 달리 매우 안타까운 사실은 지구상에 있는 어떤 기업도 영원히 존속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마치 인간의 수명이 유한한 것처럼 아무리 뛰어난 기업도 결국에는 도산에 이를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던 기업인 카메라 필름회사 코닥 역시 200년을 넘기지 못했다.

현대 기업의 역사가 오래된 국가일수록 기업의 수명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때문에 자국 기업의 영속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이런 사실을 이해하고 나면 법인세에 관한 완전히 다른 현실을 인식할 수 있다. 현재 법인세율의 전 세계적 평균은 23.62%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2.09%, 아시아 기업의 평균은 21.92%다. 한국보다 1인당 국민 소득이 3배 정도 높은 스위스 역시 법인세율이 21.1%에 불과하다.

법인세율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세수 증대가 아니라 기업의 영속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법인세율을 25%가 아니라 30%로 인상할지라도 정작 법인세를 낼 생존 기업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눈앞에 보이는 세수 증대보다 우리에게는 10년, 20년 후 대한민국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이 몇 개나 될 것인가라는 사실이 훨씬 중요하다. 미국, 일본, 중국, 심지어 홍콩까지도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낮추려고 애쓰는 진정한 속내를 알아야 한다.

[박남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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