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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다소 우울한 마크롱의 취임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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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오는 21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째를 맞는다.

무소속 출신으로 프랑스 역사에 남을 선거 혁명을 이끌었던 그지만, 최근 잇단 논란에 따른 지지율 폭락세 속에서 해법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지난 5월 14일 대통령직에 취임한 마크롱은 불과 39살의 나이에 선출직 경험도 없이 단숨에 유럽대륙의 맹주 프랑스의 대권을 거머쥐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여세를 몰아 지난 6월 총선에서도 신당 앙마르슈를 이끌고 하원 577석 중 350석(연합인 민주운동당 포함)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현재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취임 석 달 만에 30% 후반까지 떨어져 있다. 취임 첫 달이었던 지난 5월 60% 중반대의 지지율에서 반토막이 났다. 프랑스 대통령 역사상 가장 극적인 몰락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장성들과 알력다툼을 벌이며 '권위주의 논란'에 휩싸인 게 결정타였다. 국방예산 삭감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 이에 반대하는 장성에게 "내가 당신들의 상관"이라며 억누른 게 화근이 됐다.

측근 관리에 실패했다는 인상도 줬다. 지난 6월 프랑수아 바이루 법무장관, 마리엘 드 사르네즈 유럽 담당 장관, 실비아 굴라르 국방장관, 리샤르 페랑 국토통합부 장관 등이 잇따라 스캔들에 휘말리며 사퇴했다. 기성정치에 대항해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천명한 마크롱 대통령이지만 측근 비리로 큰 상처를 입고 만 것이다.

향후 일정 역시 녹록치 않다. 노동법 개정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조 간 대립구도가 격화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근로자 해고를 쉽게 하는 노동법 개정을 정권 핵심 목표로 삼고 9월 말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노동자에 대한 지나친 과보호 때문에 실업률이 올라가고 전반적 경제활력이 떨어진다는 게 마크롱 대통령의 문제의식이다.

그러나 주요 노조는 이에 반발하며 다음달 12일 총파업 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정면 충돌이 예상된다.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 16일 해리스 인터랙티브 여론조사에서 노동개혁 반대 응답이 52%로 46%의 찬성 응답을 앞질렀다.

아울러 하원의원 3선 연임 금지 조항 도입으로 정치권의 반발도 예상되며, 칼레 난민촌 문제 해결 등의 과제도 산적해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간 높은 평가를 받아온 정상외교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비판 여론을 피해 조용히 휴가를 떠나 있는 마크롱 대통령은 정상외교 일정과 함께 복귀해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그는 23~25일 동유럽 순방에 이어 28일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파리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연다. EU 개혁, 결속력 강화를 주도하며 프랑스의 입지 및 떨어진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게 마크롱 대통령의 계획이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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