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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fn★인터뷰①] 괴담을 매혹적으로, 창의력의 귀재 ‘장산범’ 허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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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2013년 영화 ‘숨바꼭질’로 560만 관객을 동원하며 깜짝 흥행에 성공한 허정 감독이 다시 한 번 괴담을 들고 여름 극장가를 찾아왔다. 이번엔 생활 속 괴담이 아닌, 괴수 장산범의 출몰이라는 민담설화로 시선을 돌렸다.

영화 ‘장산범’은 목소리를 흉내 내 사람을 홀리는 장산범을 둘러싸고 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 통상적으로 공포를 장르로 삼은 영화는 시각적인 자극과 청각적인 자극을 결합시켜 관객들을 긴장감으로 몰아넣는다. 공포 장르의 가장 기본적인 공식이자 손쉽게 대중들을 홀릴 수 있는 방법이다. 허정 감독은 이러한 혼합적인 자극에 염정아가 토해내는 모성애와 서슬 퍼런 드라마라는 묘수를 함께 부여했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숨바꼭질’ 이후 4년 만이다. 전작이 워낙 잘 됐어서 사람들의 기대감이 무척 커진 상태다. 부담이 있을 것 같다.
“전작 때문은 아니더라도 부담은 되더라고요. ‘숨바꼭질’ 때랑 비슷해요. 관객 분들 재미있게 봐주실 지도 부담 되는 부분이 있죠. 기대도 돼요”

▲ ‘숨바꼭질’에 이어 ‘장산범’도 가족 구성원을 둘러싼 일에서 발생한다.
“두 영화가 경우가 좀 다른 것 같아요. 숨바꼭질은 집이라는 요소가 중요하다 보니까 가족이 들어간 거예요. ‘장산범’은 소리로 아픔을 건드리죠. 누구나 들으면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게 상실감이라는 감정 혹은 가족, 아이 이런 것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공포를 제대로 끌고갈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다 보니까 가족으로 설정하게 됐어요.”

▲ 장산범 민담설화를 살펴보면 해당 괴수에 부여된 인격체는 어디에도 없다. 단지, 사람이 목소리를 비롯해 자연 등의 소리를 따라하는 크리처일뿐인 장산범을 ‘낯선 여자애’와 남성으로 설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장산범 괴담에 관심이 생겼던 건, 소리를 흉내 내고 홀린다는 게 재미있어서였어요. 소리로 홀리는 것이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즉, 넘어갈 수밖에 없는 감정들을 건드려서 넘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괴수의 비주얼이 부각이 되면 그냥 먹혔다는 느낌으로 많이 해석이 될 것 같아서 여자 아이와 남성으로 표현했죠. 그래도 괴수니까 그것을 반영하려고 뒷부분에서 많이 노력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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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산범’이 영화화 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부터 관객들은 오히려 괴수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할 거라는 기대가 크던데.
“장산범은 아직까지도 변주되고 있는 진행형인 괴담이에요. 창작자들마다 괴담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자기만의 버전으로 만들면 재미있겠다 생각했어요. 크리처물도 나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같은 이야기가 다르게 풍성해져서 나중에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요. 너무 그 쪽으로 기대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만들 때는 그럴 거라고 예상을 못했어요. 그래서 죄송한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 연달아 스릴러 작품이자 괴담물이다. 괴담을 소재로 삼아 연출한 이유가 있나.
“어렸을 때부터 괴담이나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했어요. ‘공포특급’이라는 책 아시죠. 매일 읽었어요.(웃음) 만드는 과정들이 재밌잖아요. 사람들의 입을 퍼져나가면서 조금씩 괴담이 변하는 게 재미있어요. 그 과정에서 개인이 무서워하는 게 무의식적으로 들어가더라고요. 괴담은 그런 맛이 있어요.”

▲ 영화 속에서 유난히 유기견과 벌레의 모습을 담은 장면이 많다. 특별히 주안점을 두고 연출한 부분인가.
“그 부분이 만드는 과정에서 덜 표현되어서 살짝 아쉽긴 해요. 개 장면은 여자애 이미지를 생각했을 때 상처받은 유기견의 정서가 관통한다고 생각했어요. 밖에서 유기견을 바라 보면 물 것 같은 무서움이 있지만 그들은 다가가려고 하면 움찔하고 피하려고 하잖아요. 그런 다양한 감정들이 여자애라는 캐릭터와 맞닿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벌레 같은 경우는, 무언가에 홀려서 끌려간다는 영화의 이미지와 비슷했어요.(웃음) 벌레들은 불빛에 죽는 걸 알면서도 홀려서 가게 되잖아요. 그런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 영화의 엔딩이자 하이라이트 부분은 단연 동굴 시퀀스다. 장소를 선정할 때 동굴을 고려한 이유가 있나.
“어두운 곳에서 여기저기 소리가 들리잖아요. 그 때의 혼란스러움과 어두운 톤을 살릴 수 있는 곳이 어느 곳일지 고민했어요. 그리고 제가 신화 중에 좋아하는 게 ‘오르페우스 신화’에요. 그러한 이미지를 한 번 찍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동굴로 선택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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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연은 후반부에서 여자애의 진실을 알고도 외면하지 않는다.
“여자애의 과거도 있잖아요. 여자애도 본인이 원해서 그렇게 된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희연은 여자애와 함께 보낸 시간이 있으니까 정이 들었죠. 그래서 고민은 했을 것 같긴 해요.자기 딸까지 구해준 인물이잖아요. 그리고 이 여자애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길을 알고 있으니까 믿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 아이를 잊지 못하는 희연과 이를 만류하는 민호의 극과극인 성격이 돋보인다.
“상실감이라는 게 개인마다 느끼는 것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상실감을 견디지 못하고 사는 사람도 있는 반면, 나아진 사람들도 있죠.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고. 다양한 반응이 있을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 무당 역이자 극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준혁의 굿 장면이 영화 ‘곡성’을 연상케 한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촬영은 ‘곡성’이 나오기 전부터 진행됐다고 들었는데, 비교에 속상한 부분이 없지는 않나.
“속상한 부분들도 있긴 했죠. 워낙 잘 만드셨잖아요. 그런데 저는 사실 되게 다른 색깔이라고 생각을 해요. 겹치는 부분들도 있지만 접근 방식이 아예 다르거든요. 크게 생각을 안했는데 막상 보고 나서 그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9009055_star@fnnews.com fn스타 이예은 기자 사진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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