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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Top-Notch]㊱ 실리콘밸리, '인종차별과의 전쟁'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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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 인종 폭력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인종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실리콘밸리의 디지털 기업들이 인종 차별, 증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은 인종 차별과 증오를 고취시키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서비스 이용을 금지하고 에어비앤비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블랙 리스트’에 올려 숙박 서비스 이용을 막았다고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최근 보도했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는 “양쪽 모두 책임이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양비론 발언에 항의,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위원직을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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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인종주의와 증오를 위한 땅은 없다”며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프로필과 관련 기사를 삭제했다./사진=블룸버그, 그래픽=방성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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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나는 유대인··· 인종주의를 위한 땅은 없다”

페이스북은 최근 샬러츠빌 폭력 시위 관련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백인 우월주의자 크리스 캔트웰의 프로필을 비롯 ‘화이트 내셔널리스트 유나이티드’ 등 백인 우월주의 그룹 관계자 8명의 프로필을 삭제했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우리 공동체에 증오를 위한 자리는 없다”고 말했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 16일(현지시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유대인”이라며 “지난 며칠은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신나치주의자들과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틀렸다고 아직도 말해야 하는 현실은 불명예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숙박 공유 서비스 업체인 에어비앤비도 최근 샬러츠빌 유혈 사태에 참가한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에어비앤비 사이트를 통해 숙소를 예약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에어비앤비는 “우리는 인종, 종교, 성별,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은 포용한다. 하지만 우리가 제공하는 플랫폼에서 우리의 정책에 반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고펀드미(GoFundMe)는 샬러츠빌 사태로 구금 중인 제임스 필즈의 보석금 모으기 프로젝트를 삭제했다. 제임스 필즈는 샬러츠빌 유혈 시위 당시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향해 자동차를 몰고 돌진, 시민을 숨지게 한 범인이다. 고펀드미는 “10여개의 유사 모금 프로젝트도 삭제했다”고 밝혔다.

차량 공유 기업인 우버도 워싱턴 D.C에서 우버 드라이버에게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한 백인 우월주의자 제임스 올섭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서비스 이용을 금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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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CEO는 샬러츠빌 유혈 사태 이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민간단체에 200만달러를 기부했다./사진=블룸버그, 그래픽=방성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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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신나치 웹사이트 등록 거부… 쿡 애플 CEO, “증오는 암” 인종주의 비난 메일

구글과 인터넷 도메인 등록업체 ‘고대디’는 지난 14일 신나치주의자들의 웹사이트인 데일리 스토머(Daily Stormer)의 도메인 등록을 거부했다.

데일리 스토머는 ‘세계에서 가장 집단 학살적인 공화주의자’를 자처하는 극단주의 사이트다. 이 사이트 설립자가 최근 샬러츠빌 희생자를 조롱하면서 비난의 표적이 됐다.

데일리 스토머는 당초 고대디로부터 24시간 안에 도메인을 이동시키라는 통보를 받고 구글로 갈아 타려 했지만 구글은 3시간 만에 등록을 거부했다. 데일리 스토머는 크롬, 파이어폭스, 사파리,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아닌 별도 브라우저를 이용해야 접속이 가능한 ‘다크 웹’으로 사이트를 옮겼다.

데일리스토머는 트위터 계정 이용도 정지당했고 페이스북을 통해 수만번 공유된 옛 기사도 모두 삭제됐다. 데일리스토머 사이트의 보안을 맡던 클라우드 플레이어사도 계약을 전격 해지, 디도스 공격 등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세계적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인 스포티파이도 인종 차별을 선동하거나 증오 범죄를 미화하는 아티스트와 그들의 음원을 차단키로 하는 등 인종 차별, 증오 범죄 관련 음악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스포티파이는 “인종, 종교, 성 차별, 폭력을 조장하는 콘텐츠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뒤 미국의 37개 백인 우월주의 밴드의 음원을 리스트에서 삭제했다.

온라인 결제 서비스 기업인 페이팔도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쿠클럭스클랜(KKK) 그룹에 대한 결제 서비스 제공을 중단했다.

애플은 인종 차별, 네오 나치 관련 상품을 파는 온라인 상점에 대한 애플페이 결제를 차단하고 아이튠즈 등을 통해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민간 단체에 기부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팀 쿡 애플 CEO는 “증오는 암이다. 샬러츠빌 사태는 좌파, 우파,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닌 인간이 지켜야 할 예의와 도덕에 관한 문제”라는 장문의 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낸 뒤 인종 차별에 대항하는 민간 단체에 200만달러를 기부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이같은 조치가 언론·종교·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인종 우월주의자들의 노골적인 폭력에 분노한 여론에 묻히는 분위기다.

방성수 기자(ssba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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