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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극단 걸판, 뮤지컬 '앤 ANNE' 만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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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뮤지컬 '앤 A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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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앤 ANNE'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저희 극단을 점프시켜줄 만한 것이 음악이었어요. 그런 생각들이 쌓이다 보니 우리 힘으로 뮤지컬을 만들 수 잇다는 생각이 들었고 '앤 ANNE'을 만들게 됐죠."

대학로의 블루칩으로 통하는 극단 걸판이 오는 31일까지 CJ아지트 대학로에서 창작 뮤지컬 '앤 ANNE'을 선보인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연작소설 '빨간 머리 앤' 가운데 1권 '녹색 지붕의 앤'(Anne of Green Gables)을 원작으로 한다.

극작과 연출을 맡고 배우로도 출연하는 극단 걸판의 최현미 대표는 18일 오후 CJ아지트 대학로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자신들의 첫 뮤지컬인 '앤 ANNE'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극단 걸판은 2005년 대학로의 블루칩으로 통하는 극작가 겸 연출가 오세혁과 최 대표 등 한양대 안산캠퍼스 풍물패 동문들이 주축이 돼 창단된 극단이다.

현재 단원은 약 30명. 본래 창작 마당극을 위주로 한 유랑극단이었다. 2011년부터 대학로 극장에서 공연하며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최근까지도 전국을 돌며 연간 150회 가량 공연했다. 지금도 안산이 기반이다.

'앤 ANNE'도 2015년 서울 구로구 외에 지난해 경기 안산과 구리에서 명랑음악극 버전으로 공연한 바 있다. 지난 5월1일 창작한다 플랫폼에서 쇼케이스를 선보인 뒤 CJ문화재단의 '2017 스테이지업 공간지원사업'에 선정, 대학로에 입성했다.

최 대표는 "극단 걸판이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극장으로 들어왔다"면서 "마당극은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분들이 대상이라 그분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원래 노래도 하고 춤도 넣었다. 극장 안에서도 그 밖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2년 밀양연극제의 젊은연출가전에서 대상과 연출상을 받은 '그와 그녀의 옷장'이 2013년 대학로 무대에 오른 것이 이들이 본격적으로 극장에서 장기 공연을 한 순간이다. 당시에도 곡이 두 개 가량 삽입됐다.

이후 현재 극단 걸판의 상임인 박기태 작곡가를 만났고, '분노의 포도'와 '늙은 소년들의 왕국' '페스트' 등의 연극에 음악을 다수 삽입, 음악극 같은 아우라를 풍겼다.

극단 걸판은 뮤지컬 개발을 본격화하기 위해 오 작가, 최 대표, 박 작곡가가 극단 내 뮤지컬팀 '걸판 엑스(X)'를 만들어 외부와 협업 등을 꾀하기도 했다. 현재는 극단 걸판 자체로 흡수됐다.

공연계에선 이례적으로 작곡가로서 극단에 상임으로 속한 박 작곡가는 "음악을 계속 선보일 수 있는 안정적인 플랫폼이 있다는 건 음악가, 예술가로서 축복"이라고 했다. "워낙 걸판이 바쁜 극단이다 보니 걸판 작업만 해도 벅차다"고 웃었다.

뮤지컬인 '앤 ANNE'은 걸판여고 연극반이 정기공연으로 '빨강 머리 앤'을 결정하면서 생기는 소동을 명랑하고 유쾌하게 그린다. 공연 연습의 과정에서 원작의 줄거리가 소개되고 18개의 노래와 연기 그리고 발랄한 안무와 무대장치가 선보인다. '앤'의 성장 시점을 3개로 나눠 송영미, 신정은, 임찬민 등 3명의 배우가 앤을 연기한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특히 남성 주인공 위주의 대학로에서는 드물게 여자 주인공을 내세워 삶의 빛나는 순간들을 밝히는 부분이 특기할 만하다. 남자 주인공 '길버트'가 뒷줄에 앉는 등 뒷전인 이유다.

최 대표는 "왜 남자 역할이 주인공이고 여자 역은 시련을 받기만 할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서 "시련만 받는 여주인공이 아니라 여자 주인공을 인간으로서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마침 좋은 여배우들이 모였고 노래를 잘 해서 이번 작품을 올렸다"고 소개했다.

뮤지컬 '앤 ANNE'은 극단 걸판이 웃고 싶고 행복해지고 싶어서 만든 작품이다. 2014년 본거지인 안산이 '세월호 참사'로 인해 큰 아픔을 겪는 등 몇 년 동안 우울한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명랑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불현듯 '빨간 머리 앤'이 떠올랐고 작품으로 결국 만들어졌다.

가족들이 모두 다 같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목요일 오후 4시 공연에는 평소 공연장 입장이 힘든 5세부터 객석에 앉을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

극단 초기에 시화공단 등 노동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용접하느라 목이 새빨개진 노동자가 박수를 치고 웃는 모습에 힘을 얻었다는 최 대표는 항상 안주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10년 넘게 극단 단원들끼리 힘을 합쳐왔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 경계, 선들이 많잖아요. 대학로냐 아니냐, 앞길이냐 뒷길이냐, 경기도냐 경상도냐. 그 선과 경계를 용기 있게 넘나들면서 극단을 확장하며 공연하고 싶어요. 2, 3년 동안 뮤지컬 작업을 했는데 역시 안주할 때마다 다른 경계를 넘어가려 했죠. 이것이 극단 걸판의 특징이고 저희가 선보이는 연극, 뮤지컬의 매력이었으면 합니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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