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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구글·IBM 넘보는 北 양자컴퓨터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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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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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고의 해킹 무기로 불리는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하는 데 필요한 기초연구를 국가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연구진은 이와 관련된 논문을 최근 3년간 네이처 자매지 등 국제학술지에 10편 넘게 게재하는 등 이미 상당한 수준의 연구 성과를 국제 학계에 잇달아 공개하고 있어 주목된다.

18일 학계에 따르면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의 김남철 물리학 교수 연구팀이 지난 2월 빛의 입자인 광자를 이용한 양자정보처리 기술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고 국제학술지 '플라스모닉스'에 실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월 6일에도 같은 연구진이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유사한 논문을 게재했다.

이들 논문은 모두 북한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국가 주요 연구과제로 명시돼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올해 발표된 연구는 중국의 국립과학재단(NSFC), 후난성 국립과학원 등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전기를 띤 전자를 이용해 빛의 입자인 '광자'를 조종하는 플라스몬 공학을 활용해 지금보다 더 빠르게 정보를 처리하는 양자컴퓨팅 기술이다.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가 수천 년 걸릴 문제를 몇 분 만에 푸는 궁극의 계산 속도로 현행 통신 보안체계를 무너뜨릴 것으로 예상되는 '꿈의 컴퓨터'다. 미국의 구글, IBM 등 전 세계 기업과 대학들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아직 출시할 정도의 성능에는 이르지 못한 초기 단계다.

양자컴퓨터는 0과 1의 '비트(bit)'를 기반으로 하는 지금의 컴퓨터와 달리 여러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큐비트(Qubit)'라는 양자 단위를 사용한다. 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정보를 동시다발적으로 조합하다 보니 복잡한 암호를 푸는 데 최적화돼 있고, 암호 해독(해킹)이나 기후 변화·교통상황 예측 등 대규모 데이터가 필요한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다.

물론 국내 연구진도 여러 기초연구 분야에서 양자컴퓨터 실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을 하면서 국제 학계로부터 공인받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기초연구재단(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이 아주 작은 원자 하나를 제어하는 데 성공하며 그 성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했다. 홀뮴(Ho) 원자 하나에 1비트를 안정적으로 구현해 향후 큐비트 제어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지난해 6월에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국제 공동 연구팀이 미래 양자컴퓨터의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위상절연체 표면의 전자 특성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네이처 재료과학 전문 학술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분야가 실제 양자컴퓨터 개발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연구도 수많은 갈래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에 아직 상용화는 먼 얘기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 연구진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어 잠재적인 보안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석좌교수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만 안보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양자컴퓨터 연구 수준도 깜짝 놀랄 정도로 올라오고 있고, 이를 대외에 과시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상용화를 목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국방을 위해 양자컴퓨터, 양자정보통신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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