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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승강기 파손될라" 아파트 주민 갇혔는데도 구조 막은 관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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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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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주민이 갇혔는데도 엘리베이터 파손을 우려해 입주민의 구조를 막은 아파트 관리소장이 업무과실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이 주민은 구조를 기다리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18일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16일 오후 7시쯤 부산 남구 모 아파트 1층에서 A(42·여)씨가 탄 엘리베이터가 문이 닫히자마자 작동을 멈췄다. A씨는 당시 8살 아들, 친정어머니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A씨가 먼저 엘리베이터를 탄 직후 문이 닫혀 혼자 갇히게 됐다.

A씨는 곧바로 비상벨을 눌러 관리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했고, 8분 뒤 아파트 보안요원이 출동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조처가 이뤄지지 않자 A씨는 직접 119에 신고했다. 8분 뒤 도착한 119 구조대원은 장비를 동원해 엘리베이터 문을 12cm 가량 강제로 개방했지만, 이를 지켜보던 관리소장은 '엘리베이터 파손이 우려된다'며 수리기사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A씨가 남편에게 연락했고, 7시 43분쯤 현장에 도착한 남편이 “당장 엘리베이터 문을 열라”라고 고함을 치고 나서야 119 구조대원이 문을 강제로 열 수 있었다. A씨는 엘리베이터 갇힌 지 45분이 지나서야 구출됐는데, 이 과정에서 결국 정신을 잃었다. 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두통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 남편은 '아내가 엘리베이터에 갇혔는데 관리소장이 강제개방을 못하게 막았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관리소장은 경찰에서 "최초 강제개방을 시도했을 때 승강기 문틈이 조금 열려있었고 대화도 주고받으면서 상태를 살피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119구조대가 엘리베이터 손상 없이 강제 개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자칫 엘리베이터가 지하 2층까지 추락해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 CCTV와 비상매뉴얼을 확인하고 관리사무소장을 불러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여부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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