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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울산 시의원들, 기초단체 의전 축소에 내년 선거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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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 시의원 축사 없애
기초단체장 출마 시의원들 얼굴 알리기 제동걸려 갈등


【 울산=최수상 기자】 최근 울산지역 기초단체들이 축제나 행사 등에서 울산광역시의회 시의원들이 단상에 올라 축사하는 순서를 없애면서 의전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기선 잡기'라는 것이 지역정가의 분석이다.

울주군의회는 지난 5월 '의전에 대한 협조공문'을 울주군에 보내 시비가 지원되지 않는 울주군 자체 행사 시 울산시의원들의 축사나 인사말 순서를 없애달라며 의전 축소를 요구했다.

울주군은 이를 받아들여 8월부터 자체 행사 시 군 출신의 시의원들에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거나 참석하더라도 시의원은 물론 시의회 의장의 축사까지 모두 배제시켰다.

17일 울주군에 따르면 8월 들어 개최된 울주군의 3개의 자체 행사에서는 참석 시의원들이 축사를 하지 못했고 한 행사에서는 내빈으로 초대됐던 윤시철 시의장이 이에 반발해 행사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일까지 발생했다.

"내빈축사가 많다보니 공식행사가 길어지고 주민들의 불만은 계속 쌓여간다는 군의회의 요청에 따라 군수와 군의회 의장 등 꼭 필요한 인사들의 축사만 진행하고 시의원은 내빈소개 정도만 허용키로 했다."는 게 울주군의 설명이다.

이 같은 의전 축소는 주민 불편해소를 표방하고 있으나 실상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단체장 출마 의사를 보인 시의원들의 '얼굴 알리기' 행보에 맞서 기초단체 정치계가 제동을 걸고 있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시의원들의 축사가 배제되고 단순 내빈소개로 끝나는 의전 축소는 비단 울주군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일이 아니다. 울산시 중구 출신으로 전반기 울산시의회 의장을 지낸 박영철 전 시의장의 경우 거듭된 축사 배제에 결국 행사장 방문을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남구와 동구, 북구에서도 시의원들이 행사 참석을 통해 주민들에게 '얼굴 알리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일부 지자체는 아예 초대장을 보내지 않음으로써 시의원의 참석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정가에서는 내년 6월 실시되는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기득권을 유지해 연임 또는 차기 기초단체장을 노리는 현역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들의 시의원 견제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시의원들의 기초단체장 당선 비율이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시의원 2명이 기초단체장으로 선출됐고 현재 울산지역 5개 구군 중 시의원 출신의 기초단체장이 3명에 이른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울산시의원 22명 중 현재 11명이 기초단체장 출마 의사를 내비친 상황이다. 울주군수에는 윤시철 현 시의장, 허 령, 한동영, 최유경 의원, 중구청장에는 박영철 전 시의장, 이성룡 의원, 남구청장에 변식용, 임현철 의원, 동구청장에 강대길, 박학천 의원, 북구청장에 정치락 의원 등이다.

특히 울주군수 출마를 굳힌 윤시철 현 시의장과 중구청장에 출마하는 박영철 전 시의장의 경우 의장 프리미엄과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어 집중견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의전 축소와 같은 정치적 견제가 지속될 경우 시의회가 추진 중인 하반기 5개 구.군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시의원들도 이에 상응하는 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울산시의회 한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차원의 견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울산시의 어른격인 시의장을 초대해 놓고 축사를 배제시키는 것은 예의와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기초단체들의 유연한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uls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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