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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트럼프 극우 편들자, 뒤늦게 발끈한 세계 지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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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영국 총리 “파시스트와 반대 진영 똑같이 봐선 안 돼”

메르켈 독일 총리 “미국 극우집회 역겨워”

이란 최고지도자 “남의 나라 간섭말고 집안 단속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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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샬러츠빌 사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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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샬러츠빌 유혈사태와 관련해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두둔하는 발언을 하자, 세계 지도자들이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미국 내부문제에 끼어들지 않다가 트럼프 대통령 발언 수위가 도를 넘자 목소리를 내는 모양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우월주의 단체와 이에 맞서 맞불 시위를 벌인 단체 양쪽에 모두 문제가 있다”고 말한 데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파시스트(극우)적 시각을 드러낸 이들과 이에 반대하는 이들사이엔 등가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파시스트를 비판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양비론을 펼치며 백인 우월주의 단체가 도발한 폭력 사태의 본질을 비껴가자, 메이 총리가 이를 지적한 셈이다. 앞서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당수도 “나치 지지자들과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등가로 보는 건 맞지 않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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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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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발언이 논란이 되며 영국 정치권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이에 대해선 별다른 코멘트를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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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청와대사진기자단=P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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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파시스트와 나치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독일은 일찌감치 샬러츠빌 사태에 목소리를 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겨냥하진 않았지만 하루 앞서 샬러츠빌 사태를 비판했다. 그는 총리실 대변인을 통해 “샬러츠빌 사태는 총리와 전체 독일 연방정부가 추구하는 방향과 정반대”라며 “미국 극우집회에서 목격된 풍경들은 절대적으로 역겹다”고 말했다.

마틴 슐츠 독일 사회민주당 당수은 “나치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며 “그들은 폭력과 증오를 경시하고, 서구의 가치를 배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황이 이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선동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법무장관까지 나서 “트럼프 대통령이 샬러츠빌 극우 무리의 폭력에 대해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고 했다.

유럽연합(EU)은 EU 설립원칙인 자유ㆍ민주주의ㆍ인권에 대한 존중ㆍ법치 등을 언급하며, “모든 형태의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를 거부하고, 규탄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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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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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선 이란과 이스라엘의 반응이 갈렸다. 미국과 갈등 중인 이란의 경우 비판 대열에 가세한 반면 이스라엘은 마지못해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샬러츠빌 사태는 미국이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할 게 아니라, 자기 집안 단속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또 “미국은 다른 나라에 힘을 보여줄 게 아니라 백인 우월주의를 관리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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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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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해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샬러츠빌 사태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반유대주의 구호를 외쳐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반발이 예상됐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첫 비판 성명을 낸 후에야 “반유대주의, 인종차별주의에 화가 난다. 누구든 이런 증오에 반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평소 타국의 반유대주의 움직임에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과는 사뭇 달랐다. 현지 언론에선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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