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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독도 지킬 해경 새 경비함에 중고 함포가 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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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부족에 조선업경기 불황 겹쳐 3000t급 대형 경비함정 건조 계획 변경돼

아시아경제

해경 함포 사격 훈련 모습.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해양경찰청이 부족한 예산 때문에 독도 해역 수호에 투입하기 위해 건조 중인 신규 대형 경비함정에 해군이 쓰던 중고 함포를 장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해경은 지난해 9월부터 불법 중국 어선 조업 대응ㆍ해양 영토 수호ㆍ안전 및 구조 능력 강화와 함께 불황에 빠진 조선산업 활성화를 돕기 위해 3000t급 대형 경비함 1척 등 총 30척(4400억원대)의 신규 경비함정을 건조 중이다. 500t급 이하 경비함이나 방재선, 구조함 등 중소형 함정 29척은 입찰이 순조롭게 진행돼 지난해 10월 이후 본격적인 건조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가장 규모가 큰 3000t급 대형 경비함정 공개 경쟁 입찰(786억원대)은 번번이 유찰되면서 건조가 지연됐다. 지난해 9월 진행된 1ㆍ2차 입찰에 응찰자가 전혀 없었고, 11월 말 진행된 재공고 1ㆍ2차 입찰도 응찰자가 없거나 단독 응찰(현대중공업)로 무산됐다. 해경은 결국 12월 초 수의계약으로 방식을 바꿔 현대중공업과 협상을 통해 780억2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형 경비함정의 필수 장착 장비인 함포가 신규 건조 함정의 장비 목록에서 빠지게 됐다는 것이다. 해경 함정은 유사시 군과 연계 작전을 수행하고, 불법 조업ㆍ해상 범죄ㆍ해적 등을 단속하기 위해 1500~3000t급에는 40㎜ 함포ㆍ20㎜ 벌컨포, 5000t급에는 군함과 맞먹는 76㎜급 함포 등을 기본 장비로 장착한다.

해경은 이번에 건조되는 3000t급 함정의 경우 새로 함포를 제작하지 않는 대신 퇴역 해군 함정에서 쓰던 함포를 인수받아 장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 목적선인 경비함정은 일반 선박보다 건조비가 많이 들어가는데, 해경이 책정한 예산 786억원으로는 선박만 건조할 수 있고 대당 35억원이 들어가는 함포를 장착할 수는 없다는 것이 조선업계의 전언이다.

또 지난해부터 조선업 경기가 본격 침체하면서 예전 같으면 이익이 거의 남지 않아도 수주 물량 확보 차원에서 입찰에 뛰어들던 조선사들이 더 이상 참여할 여력이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국내 조선사 중 해경 경비함정 입찰에 뛰어들 수 있는 '방산사업자' 지정 조선사는 현대중공업 외에 한진중공업ㆍSTX조선해양ㆍ대우조선해양ㆍ강남조선소 등 모두 5곳이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ㆍSTX조선해양 등 빅 2 조선소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임박해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이 불가능해지는 바람에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 또 강남조선소는 대형 함정을 건조해본 경험이 없고, 한진중공업은 500t급 경비함정 5척 수주로 인한 여력 부족 등으로 참가할 수 없었다. 해경은 추경 예산인데다 2020년까지 독도 수역에 투입해야 한다는 일정에 쫓겨 현대중공업과의 협상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해경 관계자는 "조선사들이 평소 같았으면 남는 돈이 얼마 안 되어도 건조하겠다고 나섰을 텐데 경기 불황에 따라 입찰에 아예 참여를 못 하다 보니 수의계약이 될 수밖에 없었다"며 "예산을 증액할 수도 없고 해서 협상 과정에서 포를 새로 제작하지 않는 대신 해군의 예비 물량을 쓰기로 했는데, 정비 훈련이 잘 돼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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