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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폐지 줍던 할아버지 전재산 1800만원 기부하고 하늘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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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4년 전 유산기부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대구 중구 김용만씨 숨져



한겨레

폐지를 주워 모은 전 재산을 부모 없는 청소년들에게 사용해달라며 기부하고 세상을 떠난 김용만(91) 할아버지. 대구공동모금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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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거든 남겨둔 전 재산으로 부모없는 어린이들을 도와주세요.”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7일 “4년 전 ‘유산기부’를 했던 김용만(91) 할아버지가 최근 별세했다. 김 할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집주인이 가져온 전세금 1800만원을 대구 중구에 사는 고아들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김 할아버지는 2013년 1월 “기초생활수급자이기 때문에 생활비를 국가에서 받는다. 내가 가진 전세금으로 이웃을 돕는게 마지막 할일인 것 같다”며 전세금 1800만원을 유산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1927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났다. 9살때 탄광 갱도가 무너지는 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혼자 청진역에서 기차를 타고 일주일 만에 부산으로 내려와 구걸과 막노동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다. 국군으로 6·25전쟁에 참전한 뒤 전쟁이 끝나자 전국을 떠돌며 막노동을 하다가 30년 전 대구시 중구에 정착해 고물을 주워 팔며 생계를 꾸려갔다. 2000년부터 거동이 불편해 한달 49만5천원 남짓 생계비를 받아 생활을 해왔다. 30년 동안 막노동과 폐지를 주워 팔아 모은 돈 1800만원으로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동인아파트에서 전세를 살고 있다.

4년 전 김 할아버지는 “가족이 없어 죽게 되면 전세금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얼마되지 않은 돈이지만 사회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대구 중구청 직원들에게 전했고, 유언장 작성과 함께 변호사를 통해 공증 절차까지 마쳤다. 그는 당시 유산기부 약정을 하면서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면서 너무 어렵고 힘들게 살아왔다. 꼭 부모없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박용훈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고인의 뜻을 받들어 소중한 성금을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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