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文대통령 '한국동의 필요' 발언에… 美국무부·언론 떨떠름

댓글 20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긴장의 한반도]

국무부, 언급 회피하며 "그 문제는 국방부에 문의하라"

WSJ "文, 美 군사행동 경고" NYT "美에 직설적 비난"

- 한국 동의 없는 北공격 가능할까

美, 한국 동의 없이 공격했다가 민간인 피해땐 韓美동맹 파탄

주한미국인 대피에 韓지원 필수… 사실상 한국 동의 있어야 가능

문재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 절대 전쟁을 막겠다"고 한 데 대해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 국무부는 15일(현지 시각) "국방부에 문의하라"며 언급을 회피하면서도 "북한 문제는 전 세계의 문제"라면서 미국의 개입 여지를 남겼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질문에 "미국은 한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다"면서도 "그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문 대통령)가 (미국의) 의욕을 꺾는 것 아닌가'란 질문엔 "누구도 한반도에서 전쟁을 원치 않는다. 한국도 일본도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며 넘어갔다.

다시 "문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당신들(미국과 북한)의 문제로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나워트 대변인은 "이 문제는 북한과 전 세계의 문제로 미국만이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해 우려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며 "김정은 정권은 자국민을 굶주리게 하고 수용소에 가두고 있고, 전 세계가 북한을 비난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어떤 공격을 하기 위해 한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하느냐"는 질문엔 "이는 국방부가 한국과 상의해야 하는 일"이라며 "한국은 중요한 동맹이고, 미국은 동맹을 지킨다"라고 답했다. 캐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도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국방부에 문의하라"며 언급을 회피했다.

미 국무부의 조심스러운 반응은 대북 압박을 놓고 한·미가 이견을 보여 마치 적전(敵前) 분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데 서울과 워싱턴에는 아무런 이견이 없고, 군사행동을 하기 전 사전 협의를 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문 대통령의 단정적 발언에 미국 측이 당황한 것 같다"고 했다.

미국 언론들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한·미 동맹의 중요 이슈로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문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한반도에서 미국의 어떤 군사행동도 한국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위협을 받을 때 군사 행동을 위해 한국의 동의를 받아야 할 법적인 의무는 없다"면서도 "미국이 한국의 동의 없이 북한을 먼저 공격하는 어떤 움직임도 한·미 동맹을 긴장시킬 위험이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화염과 분노' '군사적 해결책 장전' 등 언사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비난을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오랜 동맹 관계에 긴장을 불어넣고 있다"고 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중국은 일관되게 평화적인 방식의 문제 해결을 주장해 왔다. 한반도 정세가 극도로 민감하고, 임계점이 가까워져 대화의 결단을 내려야 하는 전환점에 왔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한국의 동의 없이 미국의 단독 군사행동은 쉽지 않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군사행동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등 전면전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과 북한의 위협이 더 커지기 전에 제거하는 예방타격(preventive strike) 등으로 이뤄질 수 있다.

우선 선제타격의 경우 데프콘(방어준비태세)이 격상되고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이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을 행사하는 상태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한·미 양국 대통령,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 양국 국가통수 및 군사지휘기구(NCMA)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미국은 우리의 동의 아래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된다.

예방타격은 미국이 반드시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국이 우리 동의 없이 예방타격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우선 미국이 우리 정부의 반대에도 예방타격을 강행했다가 확전(擴戰)이 돼 많은 민간인 피해가 생겼을 경우 한·미 동맹은 사실상 파탄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 있는 20여만명의 미국 시민에 대한 사전 대피도 한국 정부의 협조 없이는 어렵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