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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TF현장] '달걀 포비아'에 떨고 있는 한국..."솔직히 찜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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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달걀' 파문 확산으로 16일 유통·식품업계 관계자는 물론 소비자들 모두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구로=이성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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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구로=이성로 기자] '살충제 달걀(계란) 포비아(공포증)' 한반도를 덮쳤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살충제 논란까지 계속되자 유통·식품 업계와 소비자 모두 깊은 한숨만 늘어놓았다.

16일 대형마트, 빵, 김밥 등 유통·식품업계는 '살충제 달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달걀'이란 단어에 업계 관계자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식품업계 점주들은 예민한 반응을, 소비자들은 걱정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 모두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전날 전국 모든 매장에서 달걀 판매를 중단했던 '이마트'는 16일 오후 3시부터 전국 146개 점포에서 판매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더팩트> 취재진은 오후 3시에 구로점을 찾았지만, 달걀은 보이지 않았다.

달걀을 진열했던 곳엔 '이마트 계란 협력농장은 대규모 농장으로 '피프로닐'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나 협력농장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매하지 않겠습니다. 고객님의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힌 안내문과 함께 라면이 진열돼 있었다.

이마트 구로점의 한 관계자는 "전날부터 계란은 판매하고 있지 않다. 정부로부터 지침이 내려져야 판매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최소한 1주일 정도는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라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판매 재개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어제(15일)부터 계란 판매 진열대는 모두 라면으로 채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두 관계자 모두 '계란'이란 단어에도 조심러운 반응을 보이면서 "계속된 먹거리 안전성 때문에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역시 답답할 뿐이다. 마트를 찾은 60대 여성은 취재진에 "달걀이 보이지 않는다"며 "한국인 밥상에 달걀은 필수품과 같은 제품인데 살충제가 웬 말이냐. 정부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는데 당분간 달걀 소비는 힘들 것 같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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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이마트 구로점 계란을 진열했던 곳엔 '이마트 계란 협력농장은 대규모 농장으로 '피프로닐'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나 협력농장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매하지 않겠습니다. 고객님의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힌 안내문과 함께 라면이 진열돼 있다. /이성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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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코너를 서성이던 50대 여성은 "달걀이 보이지 않아 이상하다 싶었다. 무서워서 빵도 못 사겠다. 이틀 전에 달걀을 구입하긴 했는데 먹어도 될지 모르겠다"라면서 "최근에 계속해서 먹거리 안전에 이야기가 많다. 소비자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이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날 오후 이마트는 '전국 산란계 농장에 대한 정부의 1차 조사 결과, 이마트와 거래하는 산란계 농장에서는 살충제가 검출되지 않았다'며 '어제(15일)부터 일시 중단했던 계란 판매를 오늘(16일) 오후 3시부터 재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아직까진 불안감을 내려놓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달걀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식품업계 역시 답답해하긴 마찬가지다.

가산, 구로디지털단지역에 있는 김밥집 3곳 모두 "아직까지 매출엔 큰 영향이 없다"고 입을 모았지만, 하지만, 취재진의 질문에 모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한 점주는 "살충제 논란 때문에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겠다"라는 질문에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손사래를 치며 취재진을 밖으로 밀어냈다.

한 프랜차이즈 김밥집 입구엔 'ooo에서는 피프로닐 약품을 사용하지 않는 청정지역의 안전한 계란만을 사용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한 직원은 "본사로부터 안전한 달걀을 납품받고 있다"고 강조하며 취재진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김밥집에서 나온 한 40대 남성은 "언론을 통해 살충제 달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식당에서 파는 것은 안전한 제품이라는 믿음이 있지만 솔직히 찜찜한 건 사실이다. 아무래도 달걀이 들어간 제품을 먹는 건 당분간 힘들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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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프랜차이즈 김밥집은본사로부터 안전한 계란을 납품받고 있다고 밝혔지만, 취재진의 질문엔 다소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성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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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역시 비슷한 반응이다. '카스텔라'로 유명한 한 프랜차이즈 점주는 "아직 매출엔 큰 차이는 없다. 본사에서도 따로 연락이 오진 않았다"며 "아직 '살충제 달걀 논란'이 하루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겠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지점 직원 역시 "특별히 매출엔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하지만 계란 논란이 계속된다면 아무래도 손님이 줄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주변 직원들 눈치를 보며 속삭였다.

한편 정부 역시 '살충제 달걀 포비아'에 대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살충제 달걀 사태'와 관련해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범정부적인 종합관리와 조치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 총리에게 '(살충제 달걀 사태를) 범정부적으로 종합관리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수조사 결과를 국민에게 소상하게 알리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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