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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사교육 올인 말고… 아이에게 주식 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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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까운 돈이 사교육비입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애들 명의의 주식을 사주세요."

지난 9일 만난 존 리 메리츠운용 대표는 주식 전문가라기보다는 오히려 사교육 비판론자에 가까웠다. 그가 지난해 출간한 '엄마, 주식 사주세요'란 책도 한국의 과도한 사교육 폐해와 학원비 단식(斷食) 요령에 초점을 맞췄다.

리 대표는 미국 월가에서 한국 기업에 투자하려고 만든 '코리아 펀드'를 10년 이상 운용하며 높은 성과를 거둔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지난 2014년 한국에 돌아와 메리츠운용 대표로 취임했다. 이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투자자들을 다수 만났는데, 많은 사람이 사교육비 부담에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에 눈뜨게 됐다.

조선비즈

존 리 메리츠운용 대표는 주니어펀드 출시 이후 학부모들을 상대로 매달 1회 첫째 주 토요일에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투자 강연회를 열고 있다. /주완중 기자



그는 "대한민국 부모들은 자신이 못한 것을 자식을 통해 이루려고 자식 교육에 필사적으로 올인한다"면서 "그러다 보니 부모는 부모들대로 노후 준비를 망치고, 자녀 역시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했다. 1년에 20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이 사교육비로 쓰이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지난 6월 출시한 '메리츠주니어펀드'는 '사교육비를 줄여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에 기반해 만들어진 상품이다. 만 20세 미만만 가입할 수 있고, 10년 미만 투자 시엔 환매 수수료가 최대 5%에 달할 만큼 확실하게 페널티를 물린다. 반면 운용 보수는 업계 최저인 연 0.2%다. 펀드 운용에 직접 참여하려고 금융투자협회에 펀드매니저 등록까지 마쳤다. 58년생인 그는 현재 국내 최고령 펀드매니저다.

"전체 자금의 절반은 한국 주식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아마존·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에 투자합니다. 운용 보고서를 한글과 영어로 두 개 만들 건데, 그러면 아이들이 보고서를 읽으면서 경제 지식도 쌓고 영어 공부도 할 수 있겠죠. 과외비로 돈을 탕진한 부모와 주니어펀드에 10년 돈을 부은 부모의 자녀들을 비교하면, 미래 부(富)의 격차가 매우 클 겁니다."

리 대표는 주니어펀드에 이어 은퇴 생활자들을 위한 시니어펀드와 샐러리맨펀드 등 신상품 2종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시니어펀드는 연 4% 안팎 수익을 내서 매달 연금 형태로 돌려주는 구조입니다. 샐러리맨펀드는 20대 신입 사원부터 50대 임원들이 타깃인데, 나이가 들수록 주식 비중은 줄이고 채권 비중을 늘려서 안정적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두 상품 모두 주니어펀드처럼 운용 수수료는 낮게 받고, 환매 수수료를 높게 물려서 오래 펀드를 들고 갈 투자자만 가입하게 한다고 한다.

리 대표가 출시한 펀드가 항상 '대박'을 치는 것은 아니다. 그가 대표 취임 후 첫 출시한 메리츠코리아펀드는 연초 회복하는가 싶었지만, 최근 조정장에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최근 1년 수익률은 마이너스(-)7% 선이다. 리 대표는 "투자한 기업의 현재 주가보다는 앞으로 10년, 20년 후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지를 떠올리고 투자하면 단기간의 가격 부침은 상관없다"고 했다. 가령 삼성전자는 지금 200만원 넘게 올랐는데, 이렇게 주가가 크게 오르면 당초 매수 가격이 1만원이었든, 10만원이었든 중요치 않다는 것이다.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에 연연하게 되면, 그건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라고 그는 여러 번 강조했다.

이경은 기자(div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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