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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사설] 文정부 출범 100일… 속도 줄이고 더 소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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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운영의 새 틀 안착했으나 국정 과속과 안보 불안은 문제 / 야당과의 소통과 협치가 절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문재인정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현직 대통령 탄핵, 국가 리더십 공백이라는 초유의 위기 속에서 출범했다. 촛불시위로 사회 전반의 개혁 요구가 분출된 가운데 숨 가쁘게 달려온 100일은 무너진 국가 운영의 틀을 새로 짜고 가동시키는 ‘착근기’였다. 적폐 청산과 일자리·소득 주도 성장, 한반도 평화 구상과 같은 큰 틀의 개혁과 국정 어젠다를 제시하며 국정 운영의 기초를 닦았다는 게 중평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고 했다. 그 다짐대로 국민에게 먼저 다가가 함께 셀카를 찍고 어울리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불통의 전임 대통령과 다른 스타일로 민심을 끌어안았다. ‘낮고 열린’ 청와대 이미지도 확산됐다. 국민 위에 군림하던 권력기관들의 적폐를 없애는 개혁 작업이 속속 진행되고 있는 것도 평가받을 만하다. 불법 사찰 의혹이 드러난 국가정보원, 돈봉투 사건의 검찰, 방산 비리로 얼룩진 군 등을 개혁의 수술대에 올렸다.

새 정부가 드러낸 문제점과 한계도 만만치 않다. 구체적 정책과 정교한 전략보다는 일방적으로 성급하게 밀어붙인다는 지적이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이 대표적이다. 무리하게 시행하면 기업 해외 이전으로 국가 경제와 근로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사안이다. 공론화 작업이 진행 중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포함한 탈원전 문제 역시 장기적인 에너지 수급을 고려하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잇단 고위공직자 낙마에서 드러난 인사 실패도 오점이다. ‘내 사람’이란 이유로 부적격자 임명을 강행한 ‘코드 인사’와 비정상적인 인사 추천·검증 시스템이 원인이다. 국가 재정을 감안하지 않고 복지정책을 남발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악화일로로 치닫는 안보위기는 가장 심각한 국가 현안이다. 문 대통령은 4강 외교를 복원하면서 한국이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데 ‘원칙적 동의’를 이끌어낸 것을 큰 성과로 자부해왔다. 그러나 이른바 ‘운전석론’은 되레 운신 폭을 좁혀놔 ‘코리아 패싱’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로 한반도 위기설이 번지는데, 우리 정부의 역할은 눈에 띄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국민 불안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통합 행보나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에 못 미친다. 국민적 지지는 높지만 정치권에선 불만의 소리가 작지 않다. 정부가 확정한 10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려면 465건의 법률 제·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개혁 추진에 동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야당 협력을 이끌어낼 ‘협치의 틀’을 구축하는 게 절실하다. 문 대통령은 야당과 더 인내심을 갖고 소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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