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빈자소인이 아니라 소인빈자(小人貧者)일 거라 생각합니다. 가난해서 못난 사람이 되는 게 아님은 곳간 넉넉한 이조차 빗장 단단히 걸어 잠그고 나보다 약한 이를 착취하는 데서도 알 수 있습니다. 내 것부터 챙기려는 동물적 본능이 인간의 마음보다 낫다고 무의식에서 충동질할 테니까요. 소인은 동물이고 대인은 인간입니다. 그것은 지위고하 재산유무와 무관할 것입니다.
자신이 시킨 택배는 소중하고 자신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보내주고 지켜줄 이는 중요치 않습니다. 아니, 아깝습니다. 인간성을 아껴야 할 만큼 우리의 마음은 이토록 가난한 걸까요?
택배기사님을 위해 문고리에 음료수 걸어두는 분이 있고, 아파트 동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경비실에 에어컨 달아드리기도 합니다. 인간성을 포기하면 야수입니다. 그렇게나 우리는 굶주렸을까요?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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