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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MBC 제작거부 확산]‘MBC 사태’ 키운 배후는 경영진 감싼 옛 여권 방문진 이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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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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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매체가 왜곡·조작 방송을 하니까 애국시민들이 MBC만 보고 있다. 태극기집회에서 MBC가 절대적 환영을 받는다.”

올 1월 MBC 상반기 업무보고 자리에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한 말이다. 지난 11일부터 제작 중단에 들어간 MBC 기자들은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보도를 대표적인 왜곡보도 사례로 꼽았다. 촛불집회 초기에는 아이템 꼭지 수를 줄였고, 이후엔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보도를 1 대 1 비율로 맞췄으며, 태극기집회에 젊은층이 참가했다거나 유모차 부대가 나왔다는 인터뷰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기자들은 밝혔다. 기자들이 대표적인 보도 불공정 사례라고 주장한 일들을 MBC를 관리·감독하는 방문진 이사장은 독려한 것이다.

제작 중단에 들어간 기자들이 공개한 보도 불공정 사례에는 세월호 참사, 국정교과서, 위안부 합의 등 굵직한 이슈마다 편향된 기사 작성을 지시받았다는 내용이 빼곡하다. 이 과정에서 항의하거나 목소리를 낸 기자와 PD들은 제작부서 밖으로 밀려나거나 해고당했다. 이달 들어 기자·PD들의 제작 거부로 이어진 MBC 사태는 뉴스 프로그램 파행을 낳으며 임계치를 넘어 폭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MBC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도 문제이지만, 이미 이 사태는 한 회사 차원을 넘어 언론자유와 사회정의, 적폐청산의 문제로 자리매김했다. 그 책임은 지난 정권에서 MBC 관리·감독에 손을 놓은 방문진에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방문진은 MBC 지분 70%를 갖고 사장을 선임하며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옛 여권 추천 이사 6명, 야권 추천 이사 3명으로 구성된 방문진 이사회는 여권 측 이사들의 입김에 좌우되면서 제 역할을 하기는커녕 경영진 감싸기에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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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의 사례는 MBC 경영평가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일이다. 방문진 이사회는 매년 6월 전년도 방송·경영 등을 평가하는 경영평가보고서 채택을 의결한다. 그런데 2016년 경영평가보고서에 보도·시사 부문의 객관성과 공정성 문제, 일부 패널의 막말과 편파적 패널 선정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이사회는 보고서 채택을 3차례나 거부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2016년 보도·시사 분야 책임자는 당시 보도본부장이던 김장겸 현 사장”이라며 “이사들이 김 사장을 비호하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영진의 위법행위가 드러나도 문제 삼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는 증거 없이 해고한 것”이라고 말한 백종문 부사장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그런데도 방문진 이사들은 “개인적인 자리에서 한 이야기”라며 감쌌다.

MBC 경영진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에 불응한 것, 경영진이 보안 프로그램을 동의 없이 설치해 노조원 등의 정보를 들여다봤다가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일에 대해서도 전혀 책임을 묻지 않았다. MBC 노조는 최근 성명에서 “방문진은 MBC의 모든 파행에 철저히 눈감았을 뿐 아니라 배후에서 조장하고 묵인했다”면서 “방문진은 식물기구를 넘어 MBC 몰락의 총체적 공범”이라고 지목했다.

방문진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MBC 내부의 문제가 지적될 때마다 야권 추천 이사들이 안광한 당시 사장의 이사회 출석을 안건으로 올렸지만 여권 추천 이사들이 상정을 늦췄다”면서 “업무보고 때에도 사장은 인사말만 하고 나가게 하는 등 결사적으로 사장을 보호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방통위가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를 임명하도록 돼 있는 만큼 해임할 수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혀 방통위가 갖고 있는 방문진의 사무 검사·감독 권한과 이사 임명권을 적극 행사할지 주목된다. 언론·시민단체들이 모여 결성한 KBS·MBC정상화시민행동은 14일 방통위에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과 김광동 이사, KBS 이인호 이사장과 조우석 이사를 해임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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