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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무비클릭] 청년경찰 | 어리바리 투캅스, 좌충우돌 코믹 액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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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액션/ 김주환 감독/ 109분/ 15세 관람가/ 8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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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배운다’라는 말은 약간의 비아냥을 포함하고 있다. 가령 연애를 글로 배우고, 화장을 글로 배운다는 건 실전에서는 무용한 것들을 너무 많이 알아둬 오히려 상황을 어색하게 만드는 경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영화 ‘청년경찰’은 경찰의 일을 ‘글’로만 배웠던 학생들이 진짜 경찰로 거듭나는 ‘청년 성장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너무 진지하거나 심각하게 접근한 게 아니라 가볍고, 산뜻하게 코믹 액션의 호흡으로 다가선다는 사실이다. ‘청년경찰’의 코믹한 지점들은 두 주인공이 경찰대 학생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가령, 수사를 위해 경찰대생에게는 금지된 불법 성매매 업소에 탐문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순찰 중인 경찰을 쫓는 방법들은 귀여우면서도 흥미롭다. 그런 두 사람의 청년성과 풋풋함이 영화 전반에 에너지를 부여한다.

입학식 날부터 티격태격하며 가까워진 기준(박서준 분)과 희열(강하늘 분)은 입학 동기부터 가정환경까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청년경찰’은 말하자면 브로맨스를 통해 웃음과 감동을 자아내는 버디 영화인데, 두 사람의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달라 웃음을 빚어낸다. 기준은 감정과 몸이 앞서는 정의파며 희열은 과학고 출신이 경찰대에 진학한 만큼이나 엉뚱하고 특이하다.

두 사람이 경찰대에서 하나둘씩 수학해가는 과정들도 웃음을 준다. 학습 내용이 실전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때 서로 마주보며 두 사람이 “이게 진짜 되네”라고 놀라워하는 장면은 ‘청년경찰’이 지향하는 웃음의 성격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어리바리하지만 말 그대로 엘리트 교육을 수학 중인 그들은 열정과 진심으로 범죄의 흔적을 쫓는다.

하지만 한편, 두 청년의 풋풋한 케미만을 기대하기엔 영화 중간에 전개되는 범죄는 지금껏 한국 영화에서 봤던 그 어떤 범죄와 견준다 해도 꽤나 충격적이다. 본격적인 상업 영화에 거의 처음 데뷔했다고 할 수 있을 김주환 감독은 각본을 쓰는 과정과 연출 과정에서 아마도 꽤나 심도 있는 사실조사와 자료조사를 했던 듯싶다. 현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을 정도의 잔인한 범죄, 게다가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범죄의 양상은 생각보다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물론 ‘청년경찰’은 가벼운 코믹 액션을 추구하고, 따라서 아무리 잔혹한 범죄라도 주인공이 회복 불가능할 만큼 다친다거나 목숨에 위협을 받을 리는 없다. 누아르나 갱스터 장르가 아니라 말 그대로 코믹 액션물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경찰대와 경찰을 소재로 한 만큼 그동안 피상적으로 다뤄줬던, 경찰의 업무나 수사 과정들이 꽤나 명쾌하게 전달된다는 사실이다. 수사의 세 가지 기법이나 어떻게 강력 사건을 광역수사대나 특별수사대가 맡게 되는지, 대개의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생략했던 지점들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무엇보다 웃음을 주는 것은 학생, 자격 불충분자들로서의 좌충우돌, 의욕 과잉의 장면들이다. 테이저건이나 삼단봉을 학교에서 빌린다거나, 범죄자들과 멋지게 다퉜지만 반납을 위해 장비를 챙겨야 하는 모습은 제목인 ‘청년경찰’에서 청년이 의미하는 게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물론 정색하고 보자면 개연성도, 필연성도 부족한 장면들이 속출한다. 하지만 애초부터 ‘청년경찰’은 허허실실, 영화잖아라고 웃고 넘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말 그대로 재미있는 오락 영화다.

매경이코노미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21호 (2017.08.16~08.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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