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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단독]술 먹고 자전거 타는 사람, 음주운전 가능성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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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성인 8명 중 1명, '음주 자전거' 경험

'음주 자전거' 경험자일수록 안전의식 낮아

음주운전 위험 3배, 안전띠 착용 비율은 적어

'음주 자전거'는 60~70대서 두드러져

폭음할수록 '음주 자전거'도 많이 타는 편

부천성모병원 이중호·황세환 교수팀 논문 발표

중앙일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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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구에 사는 박모(32)씨는 한 달에 4~5번 집 근처 복개천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를 탄다. 30~40분쯤 페달을 힘껏 밟아 복개천 끄트머리에 도착해선 맥주 한 캔을 들이켜는 게 그의 낙이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올 때는 체력이 떨어진 데다 머리가 어지러울 때가 종종 있다. 그는 "술 먹고 자전거를 타는 게 안 좋다는 건 알지만 나만 조심하면 별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씨처럼 술을 먹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음주운전에 나설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부천성모병원 이중호·황세환 교수팀은 이러한 내용의 논문을 대한의학회지 9월호에 발표했다고 1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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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에서 야간 자전거 운행을 하는 사람들. 성인 자전거 이용자 8명 중 1명은 술을 먹고 자전거를 몰아본 경험이 있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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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9세 이상 성인 중에서 자전거 이용자 4833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자전거 이용자 8명 중 1명(12.1%)은 술을 먹고 자전거를 탄 경험이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남성과 흡연자, 정기적인 운동 참여자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술을 먹고 자전거를 몰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대체로 안전 의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 후에 자전거가 아니라 자동차·오토바이를 운전하는 비율이 '음주 자전거' 경험이 없는 이들보다 높았다. '음주 자전거' 경험자의 27.2%가 차량 음주운전 경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음주 자전거' 경험이 없는 그룹에서 이 비율이 8.4%에 그쳤다. 음주 후 오토바이를 운전할 확률도 '음주 자전거' 그룹에서 8.7%로 그렇지 않은 그룹(1.6%)의 5배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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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먹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음주운전 경험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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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운전할 때 안전띠를 맨다'는 응답 비율에서도 차이가 났다. '음주 자전거' 그룹에선 이 비율이 59.5%로 그렇지 않은 사람(66%)보다 낮았다. '음주 자전거' 경험자일수록 안전띠를 잘 매지 않는다는 의미다. 황세환 교수는 "술을 먹고 자전거를 탈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다른 종류의 탈 것에서도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음주 자전거' 경험은 연령이 높을수록 많다. 40대까지는 이 비율이 10% 아래였다. 하지만 60대에선 19.6%, 70대 이상에선 18.2%로 뛰어올랐다. 또한 알코올 중독 자가 진단(AUDIT) 점수와의 상관성을 분석했더니 폭음을 할수록 음주 자전거 운행 빈도가 많았다. 정신을 잃을 만큼 위험한 상태에서도 자전거에 오르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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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50대 이상의 중고령층에서 음주 후 자전거를 운행한 경험이 많았다. [자료 이중호ㆍ황세환 교수]


'음주 자전거' 경험이 없는 사람은 AUDIT 점수가 7점 이하인 ‘저위험 음주군’이 10명 중 6명이었다. 반면 10번 이상 '음주 자전거'를 경험한 그룹에선 ‘초고위험 음주군’(20점 이상)이 10명 중 3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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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운행은 가볍게 보는 사람이 많지만 관련 교통사고 건수는 꾸준히 급증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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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먹고 자전거에 오르면 치명적인 부상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 자전거 운행을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지만 언제든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 자동차 운전만큼 조심해야 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자전거 교통사고는 2011년 1만2121건에서 2015년 1만7366건으로 연 평균 9.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증가율이 연 평균 1.1%인 것과 비교하면 9배 정도 높다. 자전거 운전자가 사고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같은 기간 23.3%에서 37.8%로 늘어났다.

황세환 교수는 "고위험 음주자에 대한 집중적인 예방 교육으로 음주 자전거 운행 비율을 줄여야 한다. 특히 교외 지역에 사는 노인들에 초점을 맞춰 안전 의식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면서 "이들은 음주운전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이를 막는 교육도 함께 이뤄지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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