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경제칼럼] 중견기업 맞춤지원 통해 성장 사다리를 복원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새로운 과학기술 혁신에 의한 4차 산업혁명의 전개는 중소벤처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높여준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신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대되기 때문이다.

적정 기업 규모와 기술력을 지닌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더욱 수월하게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돼 기업성장력도 그만큼 커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유경제, 인공지능, 전기차 분야에서는 단기간 내 급속히 성장한 세계적 기업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는 유니콘클럽(Unicorn Club) 기업도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 전기차 분야의 테슬라, 차량 공유 서비스업의 우버, 온라인-오프라인 연계(O2O)와 핀테크 분야의 알리바바 등이 요즈음 급성장한 대표적 유니콘 기업들이다.

성장력이 큰 중견기업은 나라 전체 경제성장과 고용 증가를 주도한다. 유로지역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홀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독일 경제의 비결은 강한 중견기업인 ‘히든 챔피언’들의 빼어난 성과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역시 종업원이 300∼999명에 해당하는 약 20만개의 중견기업이 민간부문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선도하고 있다. 미국의 2009∼2011년 동안 연평균 고용 증가율을 보면 중견기업은 3.8% 상승한 데 반해 직원 1000명 이상 대기업은 9.5%나 감소했다. 경제성장과 고용 증가 면에서 중견기업의 역할이 부각되자 독일은 물론 프랑스, 대만, 영국, 중국, 일본과 같은 주요국들은 중견기업에 대한 특별 지원책을 적극 실시하고 있다.

한국도 2010년 이후 중견기업법을 제정하고 이의 성장을 돕고 있다. 국내 중견기업은 비교적 빠르게 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중견기업의 2009∼2013년 연평균 고용 증가율은 12.7%로 전체 기업 3.4%보다 4배 정도 높다. 임금 수준도 중소기업에 비해 훨씬 높은 편이다.

성장성과 임금 수준이 높은 중견기업이 증가할수록 경제 양극화는 그만큼 완화된다. 국내 중견기업의 발전은 중요성이나 필요성에 비해 아직은 독일이나 중국 등보다 크게 뒤떨어져 있다. 대표적 중견기업인 히든 챔피언의 경우 독일은 1307개(2012년)인데 한국은 63개(2013년)에 불과하다. 미국 시사경제지인 포춘이 분석한 ‘2016년 유니콘 리스트’에 의하면 전 세계 174개 유니콘 기업 중 중국은 샤오미 등 35개가 있는데, 한국은 단 두 개만 포함돼 있다.

근로자 300∼999명에 해당하는 중견기업 비중도 주요국에 비해 매우 낮다. 독일은 0.57%, 일본 0.55%, 미국 0.57%인데 한국은 0.08%다. 국내 중견기업이 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려면 기업들이 규모 확대를 기피하는 ‘피터팬 증후군’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기업성장 사다리를 하루속히 구축해줘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중견기업 진입 후 곧바로 세제 지원 축소, 자금 조달 곤란, 하도급 개선 규제와 같은 다양한 경영상 애로사항에 직면한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이후에도 계속 커가려면 적어도 연구개발(R&D), 전문인력 확보, 해외 시장 개척 등 혁신 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적인 지원 수단들에 대해서는 중견기업 고유의 정책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견기업을 지원해도 중소기업에 피해가 없는 정책들은 전체 중견기업으로 지원 범위를 과감히 확대할 필요도 있다. 기업들이 양적이나 질적으로 계속 성장하려는 욕구가 강한 경제가 결국 지속 성장이 가능한 경제다.

매경이코노미

[유병규 산업연구원 원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20호 (2017.08.09~08.15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