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전교 1등 승주의 공부법
기출문제 풀며 출제 의도 파악
필기할 땐 표·화살표 적극 활용
피곤하면 초콜릿·비타민 먹어
신문 동아리 하며 글쓰기 익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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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신 한마디
이번 ‘전교 1등의 책상’ 주인공은 숙명여고 2학년 양승주(17)양입니다. 승주양에게는 공부를 잘하는 언니가 있습니다. 그래서 둘을 비교하며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을 법도 하지만 승주양은 자기 스타일을 추구합니다. 문제를 많이 풀기보다 한 문제를 여러 번 풀며 익힙니다. 내신을 공부할 땐 예전에 선생님이 냈던 문제를 다시 보며 출제 의도를 파악합니다. 졸릴 땐 참지 않고 5~10분 정도 잡니다. 승주양은 공부는 ‘마이 페이스’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과지만 신문동아리에서 활동할 만큼 글쓰기와 토론을 즐깁니다. 후원자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영작해 주는 승주양은 소통할 줄 아는 소아과 의사가 되길 꿈꿉니다.
」서울 숙명여고 2학년 전교 1등 양승주양이 학교 자습실에서 공부하고 있다. 승주양은 “자습 전 공부 양과 과목별 시간 등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운다”며 “공부에는 ‘마이 페이스’가 중요하다”고 했다.[김상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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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처음에 승주가 공부하는 방식이 첫째와 달라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촉하지 않고 믿었다”며 “결국 자기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언니와 다른 나만의 공부법 ‘마이 페이스’
승주양의 언니는 동네에서 유명한 수재였다. 지금은 서울대 의대 본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공부할 땐 언니의 노하우를 따라 하려 했다. 언니는 이른바 ‘양(量)치기’에 능한 학생이었다. 과목별로 푸는 문제집 양이 엄청났다. 언니는 문제 풀이 속도가 빠르고 한번 푼 문제는 다시 보지 않았다. 어머니 이씨는 “첫째의 시험기간에는 그 애가 푼 문제집 채점만 해주는 데 빨간 색연필 한 통을 다 써야 했다”고 기억했다. 언니도 동생에게 ‘시중에 나온 문제집은 다 풀었다’고 자신의 공부법을 알려줬다. 하지만 이 방법은 승주양에게는 맞지 않았다. 언니는 객관식 문제를 풀다가 정답인 보기를 보면 다른 보기를 확인하지 않고 넘어가며 빠르게 문제를 푸는 타입이었다. 승주양은 달랐다. 오지선다형 문제에서 1번이 정답이라고 해도 남은 2, 3, 4, 5번은 왜 오답인지 일일이 체크해야 직성이 풀렸다. 문제 푸는 속도에서 언니와 차이가 났다. 속도가 느린 승주양에게 많은 문제집을 풀어야 한다는 압박감은 그대로 스트레스가 됐다. 공부 효율이 좋을 리 없었다.
그래서 작전을 바꿨다. 특히 좋아하는 수학을 공부할 땐 교과서로 먼저 개념을 완벽하게 익혔다. 문제가 어려우면 한 문제를 2~3시간씩 붙들고 있기도 했다. 수학 문제의 정답을 맞혀도 해설집에 있는 모든 풀이 방법을 적용해 서너 번씩 풀었다. 그중 가장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해법을 익히며 자신의 노하우를 쌓았다. 승주양은 “나에게 맞지 않는 방법을 고집하며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다”며 “공부할 때는 ‘마이 페이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트레스가 심할 땐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알려준 방법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먼저 눈을 감고 하얀 벽을 그린다. 그 벽에 거울이 있다고 가정하고 거울 속에 지금 바라는 스스로의 모습이 있다고 상상한다. 승주양은 “거울 속의 원하는 모습을 계속 상상하다 보면 짜증 났던 마음이 진정되고 어느새 상상했던 행동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고 했다.
필기도 자습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승주양의 플래너. 하루에 공부해야 할 과목, 과목별 시간 등 계획을 세워 공부한다. [김상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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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들으며 노트나 프린트에 해놨던 필기는 다시 교과서에 옮긴다. 여러 군데에 흩어져 있는 필기를 한 권에 모아 ‘단권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필기를 옮겨 적으면서 다시 한번 내용을 읽게 되고 자연스럽게 외울 수 있다. 책을 여러 권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 어깨도 가볍다.
필기할 땐 ‘자신의 언어’로 요점을 정리한다. 승주양은 화살표나 표를 적극 활용한다. 생물 과목처럼 그림이 많은 경우 그림을 그대로 옮겨 그려본다. 눈으로만 보면 외울 수 없다. 손을 계속 움직이니 잠도 쫓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자습을 하기 전에는 항상 계획부터 세운다. 공부해야 할 과목을 나누고 과목당 시간까지 구체적으로 정한다. 계획은 컨디션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정한다. 공부를 하다가 잠이 쏟아질 땐 참지 않고 잔다. 단, 알람을 맞춰 놓고 딱 5분, 10분 정도 잔다. 승주양은 “그 이상 자면 오히려 더 피곤하다”고 했다. 공부하다 당이 떨어지면 바로 초콜릿을 사오고 비타민도 틈틈이 챙겨 먹는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해결하며 스스로 공부 리듬을 조절해야 공부할 때 집중력을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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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소아과 의사가 꿈
승주양은 ‘이과형’ 학생이다. 어머니 이씨는 “승주가 어려서부터 앞차 번호판의 숫자를 조합해 숫자게임을 할 만큼 수를 좋아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학교 내신과 동아리·봉사·독서 등 비교과 활동을 두루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준비하는 승주양은 다양한 분야를 두루 섭렵하려고 노력한다.
교내 탐구대회는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동아리활동도 열심이다. 이과라면 실험동아리 같은 걸 할 것 같지만 의외로 신문동아리에서 기자로 활동 중이다. 평소에도 토론과 글쓰기를 즐긴다. 이번 학기엔 ‘우리나라에서 왜 장기기증이 잘 이뤄지지 않는지’에 대해 기사도 썼다. 책은 한 달에 3권 정도 읽는데 심리 분야를 많이 읽는다.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편지를 보내려는 후원자의 편지를 영어로 번역해주는 ‘컴패션 메이트’ 활동도 하고 있다. 한글로 쓰인 편지를 영어로 번역하다 보면 영어 실력과 글쓰기 실력이 동시에 향상된다. 전혀 모르는 타국에서 날아온 ‘I Love You’라는 편지만 읽고도 힘을 얻는 아이들이 있다는 현실을 보며 승주양은 소통할 줄 아는 따뜻한 소아과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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