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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취재일기] 8·2 대책, 3040 피해 없도록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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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고란 경제부 기자


우리 부부는 요즘 가슴을 쓸어내린다. 2015년 봄, 집을 사지 않았다면…. 평생 ‘내 집’은 못 가져보는 것 아니었을까.

집을 사게 된 건 어쩔 수 없어서다. 이전 전셋집 주인이 집을 내놨다. 1년 넘게 팔리지 않다가 전세 연장 계약을 앞두고 덜컥 팔렸다. 새 주인은 자신들이 살 거라며 계약 기간이 끝나면 나가라고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근처 다른 전세를 알아보는데 물건이 없다. 그나마 매도 물건은 꽤 있었다. 다만 집값의 절반 이상을 대출받아야 한다. 남편은 가진 돈보다 더 많은 빚을지는 걸 부담스러워 했다.

그렇지만 전셋값이 다락같이 오른 탓에 전세를 구해도 억대 대출을 받아야 했다. 대출금리를 고려하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게 전세담보대출을 받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라고 설득했다. 둘째까지 생기는 마당에 2년마다 이사 다니기 싫었다.

2년여가 흘렀다. 어차피 살 집이니까 값이 내려가지만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너무 뛰었다. 2년간 우리 부부가 월급으로 모은 돈보다 그간 오른 집값이 더 크다. 집값이 올라 나쁠 건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은 것도 아니다. 소위 ‘살고 싶은’ 곳(정부 당국은 이를 투기지역이라고 부른다)의 집값은 더 뛰었다. 지금 집을 팔아도 다른 이사 갈 곳이 마땅치 않다.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두 달 전쯤 30대 초반의 취재원과 집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나야 집을 사서 다행이지만 미친 집값의 시대, 당신과 같은 세대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우리는 집은 꿈도 안 꾼다”며 “후배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형은 그래도 직업이 있잖아’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집은커녕 일자리조차 얻기 힘든 시절이다.

“강남은 현대판 씨족사회”라는 말까지 돈다. 새로 집을 얻는 3040 세대는 대부분 (친가든 외가든) 부모가 이미 강남에 살고 있단다. 평범한 직장에 다니는 이(혹은 부부)가 부모의 도움 없이 소득만으로 강남에 집을 살 수 있을까. 더군다나 이젠 집값의 60%는 현금으로 들고 있어야 한다. 로또에 당첨되지 않고선 불가능한 꿈이다. 강남은커녕 서울 입성 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8·2 대책을 통해 투기꾼을 몰아내고 실수요자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대출을 조이면서 3040의 내집마련의 꿈은 멀어졌다. 실수요자를 구제할 수 있는 핀셋 규제 보완책을 기대한다.

고란 경제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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