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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비즈 칼럼] 전 국민의 ‘평범한 일상’ 나라가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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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월요일도 평소처럼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고,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보건복지부로 출근할 예정이다. 또 남은 하루 동안 두 끼 식사를 더 하고, 또 퇴근 후엔 치과에도 들려 미뤘던 정기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나의 오늘’은 이렇듯 먹고, 마시고, 일하고, 아픈 곳을 치료받는, 그렇게 사치스럽지 않은 하루다. 어쩌면 ‘기본적인 생활’을 한 하루라고 생각된다.

지난 7월 31일 발표된 ‘2017년 기초생활보장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의 소득으로 살아가는 빈곤층은 309만 명이라고 한다. 여기서 기준 중위소득은 국민이 100명이라면 50번째 사람의 소득 수준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중위소득의 50% 보다 소득이 낮은 집단을 빈곤층으로 분류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공부조 제도다.

이 중에서 소득 수준이 기준 중위소득 40% 이하에 해당되나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분들이 약 93만 명에 이르는데, 이들을 ‘비수급 빈곤층’이라 부른다.

그런데 빈곤층에 속한 국민은 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고, 전기료·연료비 등이 걱정돼 냉난방도 못하는 등 기본적인 생활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최근 서울 종로의 노후 옥탑방에 사는 문모 할아버지 댁을 찾은 적이 있다. 창문 몇 개는 깨져 있어 더운 공기가 들어왔고, 선풍기는 목이 부러져 바람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는 세계 11위 경제대국인 한국의 복지 시스템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0일 발표된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은 이렇게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지 않은 분들에 대한 고민과 빈곤에 대한 국가 책임을 어떻게 확대할지에 대한 3년간의 밑그림이 담겨 있다.

먼저 ‘비수급 빈곤층’ 등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2018년 10월부터는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는 2019년 이후 단계적으로 부양의무자가 노인과 중증장애인인 경우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또 급여액을 인상하고, 일을 통한 빈곤 탈출을 지원하며, 빈곤으로 추락하는 것을 예방하는 방안 등도 담고 있다.

헌법 제34조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대한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은 헌법에서 보장한 ‘인간답고 기본적인 생활’을 할 권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시작이기에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평범한 ‘나의 오늘’과 같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매우 평범하고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데 걱정이 없는 그런 나라를 만들어 가는 시금석이 되길 기대해 본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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