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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음식 소비 무섭게 증가, 농업·식품이 차기 투자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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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크랩 공동대표 프랭크 미한

중국·인도 고기 수요 기술로 풀어야

벤처투자 때 고려 1순위는 공동창업

한국 대기업, 스타트업 인수 힘써야

중앙일보

프랭크 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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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2010년 인수한 음성인식 플랫폼 ‘시리’, 알파고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구글의 ‘딥마인드’, 세계 1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공통점은 뭘까. 최근 10년 설립된 스타트업 중 손꼽히게 몸값을 불렸다는 점, 그리고 모두 초기 단계에서 프랭크 미한(46·사진)이 주도한 호라이즌 벤처스의 투자를 받았다는 점이다. 호라이즌 벤처스는 아시아 최대 거부 리카싱 홍콩 청쿵그룹 회장의 벤처 투자사다. 한동안 호라이즌 벤처스의 투자 담당 이사로 활약했던 프랭크 미한은 현재 서울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육성 기업 스파크랩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평소 영국 런던 오피스에 근무하다 최근 방한한 그에게 잇단 투자 성공의 비결을 물었다. 그는 의외로 “대기업 인맥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투자 비결부터 묻자. 어떻게 시리와 딥마인드·스포티파이 같은 기업에 투자할 수 있었나.



A : “리카싱과 손을 잡고 시리에 투자한 건 2009년이었다. 당시엔 인공지능이 그리 멋진 투자처로 보이지 않았다. 관심을 갖는 이들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인공지능이 ‘다음 큰 건(Next Big Thing)’이란 확신이 있었다. 투자자는 빅 트렌드가 뭔지 봐야 한다. 그리고 늦으면 안 된다.”




Q : 장기적 관점에서 어떤 게 뜰지는 누구나 알 수 있지만, 결국 타이밍 문제 아닐까. 정확히 뜨는 시점을 잡아야 투자에 성공하는 것 아닌가.



A : “글로벌 대기업이 어떤 기술에 관심을 가지는지를 알면 투자 타이밍을 잡는 데 유리하다. 대기업 최고 경영진들을 자주 만나 이들이 어떤 기술과 기업에 관심을 갖는지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내가 시리에 투자한 건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이 시리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결국은 애플이 시리를 사긴 했지만 말이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건 데이터다. 데이터를 보면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다음 단계는 뭔지를 짐작할 수 있다.”




Q : 핵심 정보를 가진 대기업 경영진과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



A : “우리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중요한 사람들을 관리하는 것이다. 우리 스파크랩만 해도 글로벌 기업의 경영진 250여명을 멘토로 두고 있다. 이 멘토들을 통해 대기업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어떤 곳에 투자를 하려 하는지 들을 수 있다.”




Q : 투자의 기준이 있나.



A : “우리는 단독 창업자엔 관심이 없다. 공동 창업자가 최소 두 명이어야 한다. 혼자서 경영과 기술 개발을 다 장악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다. 창업 멤버 중에 여성이 있으면 선호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소비자 시장을 훨씬 더 잘 이해한다.”




Q : 요즘은 어느 분야의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고 있나.



A : “인공지능은 여전히 관심 분야다. 모든 사람들의 관심 분야가 되긴 했지만. 이 외에 스마트시티와 우주 산업에도 관심이 있다. 최근 가장 관심있는 분야는 농업과 식품이다. 데이터를 보면 확신할 수 있다. 세계인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음식 소비량이 무섭게 늘고 있다. 중국인과 인도인들의 육류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결국 기술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Q : 식품 관련 기술이 엄청나게 첨단일 것 같지는 않은데.



A : “편견이다. ‘임파서블 푸드’라고 들어봤나. 리카싱도 투자한 회사다. 콩을 활용해서 만든 가짜 고기로 버거를 만들어 뉴욕에서 팔고 있다. 먹어보면 놀랄 거다. 쇠고기와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 외에 블록체인 기술로 식품 생산을 관리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생각해봐라. 블록체인의 장점이 뭔가. 모든 컴퓨터에 거래 기록이 남기 때문에 해킹도 불가능하고 장부 조작도 할 수 없다. 블록체인 기술로 식품 생산을 관리한다면, 누가 이 식품의 안전성을 의심하겠나. 아마 획기적인 기술이 될 거다.”




Q : 한국 창업 시장에 대해 솔직하게 평가해달라.



A :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이 나서야 한다. 삼성과 LG, 현대가 한국의 스타트업을 더 많이 인수해야 한다. 그래야 생태계가 형성된다. 미국에서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스타트업을 인수하기 때문에 창업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에선 텐센트나 핑안 그룹이 그런 역할을 한다. 삼성이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성장한다는 전략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해외 스타트업을 사는 게 좋다고 여기는 것 같은데 꼭 그렇지 않다.”


스파크랩(Sparklabs)은
● 2012년 12월 설립한 한국 스타트업 육성 기업

● 이한주·김유진·버나드문·프랭크 미한 등 공동 대표 7인

● 서울(본사)·실리콘밸리·런던·싱가포르·텔아비브 사무실 운영

● 15개국 250여 명 멘토단 운영

● 대표 투자 회사: 미미박스·파이브락스·원티드랩·망고플레이트

● 육성 프로그램: 매년 2회씩 8~9개 데모 기업 선발

13주 육성 기간 거쳐 14주차에기업 설명회

이들 기업에 2만5000~7만 달러 초기 투자 및 멘토링·교육 지원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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