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4 (화)

[굿모닝 내셔널]총리 휴가간 '영남3대 양반촌' 칠곡 매원마을 가보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낙연 총리도 휴가 때인 11일 방문한 곳

안동 하회·경주 양동과 함께 영남 3대 반촌

150년 훌쩍 넘긴 한옥 고택들 즐비한 모습

"6·25 전쟁 때 폭격 맞아 상당수 한옥 파괴"

"본래 영남의 반촌(班村·양반 집중거주마을)을 이야기하면서 칠곡의 매원마을을 뺀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안동의 하회마을, 경주의 양동마을보다 규모가 큰 반촌이 바로 매원마을이었죠."

중앙일보

60여 채의 한옥집이 자리한 경북 칠곡군 매원마을 전경. 칠곡=김정석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1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매원마을에서 만난 이수욱(70) 매원마을보존회장은 매실차를 마시면서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한때 영남 3대 반촌이라 불리며 그 기세가 등등했던 때를 떠올리면 절로 이런 표정이 나온다고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0~11일 휴가 기간 중 영남 3대 반촌인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 칠곡 매원마을을 차례로 방문하면서 매원마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중앙일보

이낙연 국무총리가 11일 경북 칠곡 매원마을 광주 이씨 박곡종택을 찾아 종친회 관계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만 매원마을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1900년대 초 900명이 넘는 인구가 살아 영남 으뜸의 반촌으로 불렸던 매원마을을 기자가 찾아가 봤다.

매원마을 입구엔 이 마을을 상징하는 감호당(鑑湖堂·경북 문화재자료 제619호)이 우뚝 서 있었다. 감호당은 조선시대 경성판관과 담양부사를 지낸 석담 이윤우(1569~1634) 선생이 마을 풍경을 즐기기 위해 1623년 지은 건물이다. 이곳에서 후손들이 공부해 이조판서·대사헌 등 벼슬을 얻었다.

이 마을은 광주 이씨 집성촌이다.

중앙일보

경북 칠곡군 왜관읍 매원마을에 있는 감호당(경북 문화재자료 제619호) 모습. 칠곡=김정석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수욱 보존회장은 "매원마을에서 대과에 장원급제한 사람이 22명이다. 워낙 급제한 사람이 많아 매원마을은 '장원방(壯元房)'이라고도 불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마을에서 높은 벼슬을 한 양반들을 여럿 배출할 수 있었던 이유로 뛰어난 풍수지리를 꼽았다.

매원마을은 풍수지리설에서 설명하는 '매화낙지형(梅花落地形)' 지형에 속한다. 매화 꽃잎이 땅에 떨어져 있는 모양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매원마을을 사방 6개 산이 꽃잎처럼 둘러싸고 있다. 명당 중에서도 명당으로 꼽힌다.

중앙일보

칠곡 매원마을 안내판. 칠곡=김정석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감호당을 지나 마을 쪽으로 500여m를 걸어 들어가자 수백년 역사를 지닌 한옥들이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1860년쯤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지경당(止敬堂·경북 문화재자료 제620호)도 그 중 하나다.

지경당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널찍한 마당을 끼고 있는 사랑채가 모습을 드러냈다. 100년을 훌쩍 뛰어넘는 세월 동안 기둥이 뒤틀리고 지붕이 꺼진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는 흔적이 보였다.

이 보존회장은 지경당 사랑채 대들보에 새겨진 연꽃 무늬나 지경당 입구 대문채에 얹힌 팔작지붕 양식을 소개했다. 여느 한옥 고택에선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다. 그러면서 사랑채 마루와 창문짝에 선명히 남아 있는 총탄 자국을 보여줬다. 6·25 전쟁 당시의 흔적이었다.

중앙일보

이수욱 매원마을보존회장이 지경당 사랑채에서 통으로 된 창문짝을 가리키고 있다. 칠곡=김정석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6·25 전쟁 당시 매원마을에 인민군 3사단이 주둔해 미군이 집중폭격을 퍼부었다. 그 때 400여 채에 달하던 매원마을 한옥들이 상당수 파괴됐고 지금은 60여 채만 남았다. 부모님께 전해듣기론 피난을 갔다 돌아와 보니 마을이 폐허가 돼 있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지경당은 전쟁 당시 부상병들을 위한 치료소 역할을 하고 있어 폭격을 피할 수 있었다. 지경당을 감싸고 있는 흙돌담도 다른 담들이 모두 쓰러진 가운데서도 150여년 세월을 살아남았다.

중앙일보

매원마을 지경당 앞마당에 있는 우물. 150년 이상 된 우물이다. 칠곡=김정석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랑채를 끼고 돌아 안으로 들어가면 안채가 나타난다. 마당에 꽃밭이 꾸며지고 내부 곳곳에 꽃이 새겨진 화려한 사랑채와는 달리 단아하고 담백한 모습이었다.

이 보존회장은 "사랑채의 추녀는 완만한 곡선으로 아름다움을 살렸지만 안채의 추녀는 직선으로 뻗었다. 앞뜰에도 꽃 하나 심지 않았다. 이는 안채에 기거하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돋보이게 하기 위해 집 모양에서 아름다움을 완전 배제한 것"이라고 숨은 뜻을 설명했다.

중앙일보

경북 문화재자료 제620호 지경당 안쪽에 자리한 안채. 추녀를 직선으로 만들고 꽃밭도 꾸미지 않아 아름다움을 최대한 배제했다. 안채에 기거하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칠곡=김정석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경당 양옆으로는 각각 경북 문화재자료 제178호와 제646호로 지정된 해은고택(海隱故宅)·진주댁(晉州宅)이 자리해 있다. 해은고택은 1788년, 진주댁은 1890년에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진주댁은 안채와 사랑채 외에 별채를 하나 세워 한옥체험을 할 수 있는 숙박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중앙일보

매원마을 내 진주댁(경북 문화재자료 제646호) 별채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칠곡=김정석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경북 문화재자료 제178호로 지정된 경북 칠곡군 왜관읍 매원마을 내 해은고택 안채. 칠곡=김정석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휴가 마지막 일정으로 매원마을을 찾은 이 총리도 매원마을이 전쟁의 포화로 파괴된 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 총리는 "대학(서울 법대) 시절 은사인 이수성 전 총리의 고향(칠곡) 인근 매원마을을 방문하게 됐는데 6·25 전쟁 때 많이 파괴돼 가슴이 아프다"며 "지혜를 모아 보존되면서 복원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낙연 총리는 전주 이씨이고, 이수성 전 총리는 광주 이씨다.

칠곡=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굿모닝 내셔널 더보기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포스트]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